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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나무, 옻나무, 개옻나무 / 모두 옻이 오르는 나무일까?

향곡[鄕谷] 2022. 1. 24. 22:16

 

붉나무, 옻나무, 개옻나무

모두 옻이 오르는 나무일까?

 

 

 

어릴 때 가랑잎을 끄느라 산에 자주 올라갔다. 그때 어머니는 아까시나무 가시에 조심하라는 얘기를 많이 하신다. 그리고 옻나무에 옻 오르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어느 것이 옻나무인지 분간도 못할 때였다. 대체로 옻나무는 밭에다 심어서 그런지 산에서는 보지 못하였다. 나중에 옻이 오른 사람을 보았는데 팔과 얼굴에 진물이 나는 것이 끔찍하였다. 사실 옻나무는 보기 드물었고, 개옻나무나 붉나무도 옻이 오를 수는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그 나무에는 가까이 갈 생각을 못하였다. 개옻나무와 붉나무에 옻이 오를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옻나무과 나무는 지구상에는 많아 600종 정도 된다고 한다. 열대지방에 많은데, 우리가 잘 아는 열대지방의 식용 열매인 망고도 옻나무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5종을 주로 볼 수 있다. 붉나무, 옻나무, 개옻나무, 산검양옻나무, 검양옻나무가 그것인데, 붉나무와 개옻나무가 대부분이고, 그중 붉나무가 가장 많다. 붉나무는 잎자루에 날개가 달려 있고, 개옻나무는 작은 잎 아랫부분에 두세 개 톱니가 있어 구별할 수 있다.

 

붉나무는 산에서 홀로 잘 자란다. 햇볕을 좋아하여 나무가 적은 경사지에서 붉나무가 많이 자란다. 단풍이 예뻐 붉나무라 부르는데, 옛사람들은 용도가 많아 천금목(千金木)이라 했던 나무다. 열매가 맺히면 아래로 처진 것에서 팥알처럼 작은 열매가 수북 열리는데 가을이면 하얀 가루를 바른 것처럼 변한다. 옛사람들은 이 흰 가루를 소금 대용으로 썼는데, 열매를 찧고 물에 주물러 짠맛을 우려내어 두부를 만들 때 간수로 썼다고 한다. 그래서 붉나무를 목염(木鹽), 염부목(鹽膚木)이라 부르기도 했다. 잎 대궁에는 진딧물이 붙어 벌레집을 만들고, 진딧물이 다 자라 나오기 전에 벌레집을 모아 삶아 건조한 것이 오배자(五培子)인데, 가죽을 다루고 염료 재료로 쓰고, 한약재 원료로 썼다. 그래서 오배자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여름에는 연노란색 꽃이 피고, 곧추서 있던 꽃대에 열매가 맺히면서 점점 밑으로 처진다. 나중에는 열매는 다 떨어지고, 겨울이 되면 가느다란 꽃대만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옻나무에 상처를 내면 진이 흐르고 이것을 모으면 옻이다. 옛날 가구에 옻칠이 빠지지 않았다. 칠(漆)이 '옻'을 이르는 말이다. 깜깜한 밤을 뜻하는 '칠흑 같은 밤'에서 칠흑은 옻칠을 해서 검은 것을 그렇게 표현하였다. 옻칠은 적갈색을 낸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동기시대부터 옻칠 유물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오래되었다. 옻은 한약재로도 쓰이고, 항암 재료이고, 옻닭에 많이 넣어 먹는다. 한방에서 마른 옻액을 쓰는데, 어혈을 없애고 혈액순환을 돕고 구충, 위산과다, 진핵 제거 등 여러 곳에 쓴다. 나무껍질이 두꺼워져 더 이상 옻 채취가 힘들면 옻닭 만드는 사람들에게 판다. 옻닭을 먹어도 옻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늘 약을 먹고 옻닭을 먹었다. 약을 먹지 않는다면 옻이 오르는지 안 오르는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원주에 있는 폐사지와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가 옻나무를 보았다. 옻나무는 붉나무보다 크다. 꽃은 붉나무보다 더 일찍 핀다. 꽃차례는 아래로 처지는데 녹색이 많이 들어 있다. 열매는 팥알만 한 것이 가을에 노랗게 익는다. 잎은 개옻나무와 비슷하다. 옻나무는 작은 잎 수가 9~13개인데 비해, 개옻나무는 13~17개로 더 많다. 옻나무는 밭에 심고, 개옻나무는 산에 많다. 밭에 심은 옻나무가 적으니 아무래도 볼 기회가 적다. 

 

개옻나무는 우리나라 산에서 자라는 옻나무로 산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다. 잎이나 가지를 자르면 하얀 액이 나온다. 옻을 채취할 수는 있으나 양이 적고 품질도 떨어져 개옻나무가 되었다. 옻이 오른다고는 하나 옻나무보다는 덜하다. 꽃은 5~6월에 피는데, 줄기 끝 잎겨드랑이에 황록색 꽃이 모여서 핀다. 잎은 옻나무가 가장자리가 밋밋한데 비해 개옻나무는 끝이 뾰족하고 작은 잎에 결각이 생긴다. 옻나무가 열매에 털이 없는데 개옻나무는 가시 같은 털이 있고, 어린 가지에도 짧은 털이 있다. 줄기는 옻나무가 파란빛이 나는데 개옻나무줄기는 붉은빛이 난다. 옻에 민감한 사람은 개옻나무도 옻이 오른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개옻나무는 옻 품질이 떨어져 붙은 이름이지만 쓰임새는 다른 옻나무에 못지않다. 어혈을 풀어주고, 신장기능을 강화하고, 간 기능을 회복하고, 항암효과 등 쓰임새가 상당히 많아서 이름이 서러울 정도다. 모름지기 모든 사물은 이름을 가지고 평가할 일이 아니다.

 

 

 

붉나무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4.14)

 

붉나무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6.6)

 

붉나무 / 경기도 성남 위례 (2021.11.19)

 

붉나무 / 운길산 (경기도 남양주. 2017.10.28)

 

붉나무 오배자 / 북한산 (2020.4.14)

 

붉나무 오배자 / 가평 용추계곡 (2022.9.14)

 

 

옻나무 / 서울창포원 (서울 도봉구. 2019.5.22)

 

옻나무 / 서울창포원 (서울 도봉구. 2019.5.22)

 

옻나무 / 북한산둘레길 (2021.5.31)

 

옻나무 / 흥법사터 (강원도 원주. 2009.10.24)

 

옻나무 / 흥법사터 (강원도 원주. 2009.10.24)

 

옻나무 / 흥법사터 (강원도 원주. 2009.10.24)

 

개옻나무 / 청량산 (경기도 성남. 2020.4.20)

 

개옻나무 / 청량산 (경기도 하남. 2020.6.6)

 

개옻나무 / 새덕산 (강원도 춘천. 2021.9.23)

 

개옻나무 / 원대리 자작나무숲 (강원도 인제. 2018.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