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참나무와 굴피나무
굴참나무는 굴피집을 만드는 나무
굴피나무는 홈통과 어망을 만들었던 나무
지붕을 일 때 기와처럼 쓰는 얇은 돌조각 또는 나뭇조각을 너와라 하여, 그런 재료로 지은 집이 너와집이다. 소나무 판자로 덮은 집도 너와집이다. 그런 너와집 중에 굴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이은 집이 굴피집이다. 흔히 굴피나무는 굴피집을 만드는 재료로 오해를 한다. 굴피집이란 '굴참나무 껍질'이란 뜻으로 굴피나무와 전혀 관계가 없다.
굴참나무는 참나무 종류로 우리나라 어디에 가나 많다. '골이 지는 참나무'가 굴참나무가 되었다. 아름드리로 자라는 굴참나무는 줄기에 코르크가 두껍게 발달한다. 코르크 껍질은 보온과 방수가 뛰어나 굴피집 지붕으로 썼다. 굴참나무와 상수리나무가 많이 닮았는데, 굴참나무 잎 뒤에는 흰털이 많이 나 있어 잎 뒤가 희게 보이고, 상수리나무에는 털이 없다. 굴참나무 껍질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들어갈 듯하다. 껍질은 코르크를 만들고 너와지붕 재료로 썼다. 실제로 코르크는 지중해 연안에서 나는 코르크참나무가 따로 있어서 그걸 많이 쓴다. 코르크를 만들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기로는 굴참나무이고, 개살구나무와 황벽나무도 있다. 황벽나무가 코르크 생산에 좋기는 한데 그렇게 많이 있는 나무가 아니다. 굴참나무는 15년 정도 지나면 나무껍질을 벗길 수 있는데, 껍질을 벗기고 8~9년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자라는데, 수령 40년 정도까지 쓸 수 있다고 한다.
굴피나무는 가래나무과 나무다. 중남부지방에서 만날 수 있는데 그렇게 흔하지는 않다. 굴피나무는 옛 유적에서 목책이나 선박뿐 아니라 목관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조선 후기에는 홈통을 굴피라 했으므로 굴피나무는 굴피(홈)을 만드는 나무란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한다. 전통적으로 굴피나무는 어망이나 염료로 사용하였다. 섬 산에 다니다가 보면 가끔 만날 수 있다. 굴피나무는 넓은 잎 나무인데 솔방울처럼 생긴 열매가 특징이다. 굴피나무 가지에 달린 열매는 비늘을 가지고 있어 빳빳하고 단단하다. 바람이 불어도 끄떡하지 않는다. 꺾이기는 해도 굽히지는 않는다. 잎은 가래나무를 닮았는데, 큰 잎을 만들고 있는 소엽의 수가 많고 날씬하다. 열매는 검은색 물감을 만드는데 쓰고, 껍질에는 독이 있어 잎과 가지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죽는다.
굴참나무는 산에 다니며 흔히 보는 나무 이지만 요즈음 코르크나 굴피집 지붕으로 쓰는 일이 거의 없으니 껍질이 두툼하고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로 기억하고 있다. 굴피나무는 중부 이남에서 자라는 나무이니 만나기 어렵다. 굴참나무는 참나무과이고 굴피나무는 가래나무과로 족보도 다르고, 굴참나무는 굴피집을 만들고 굴피나무는 홈통이나 어망을 만드는 쓰임새도 다르다. 굴피란 이름으로 굴피집 재료로 오해를 받는 굴피나무를 굴참나무의 비교 식물로 소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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