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과 식물
산수국, 수국, 나무수국
산에 가면 산골짜기 돌무더기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 산수국을 볼 수 있다. 안에 있는 것이 참꽃이고, 바깥에서 벌 나비를 유인하기 위해 꽃받침이 발달한 것이 무성화인 헛꽃이다. 가을이 되면 산수국 꽃은 빛이 바랜다. 화려한 헛꽃과 자잘한 참꽃이 여름 내내 벌 나비를 유혹하였었는데 이제는 결실의 계절을 보내며 지고 있다. 헛꽃 꽃색은 갈색으로 변한다. 꽃색이 변하는 것은 처음부터 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희고 붉은색이지만 수정을 하면 헛꽃은 꽃잎을 젖히고, 열매가 익기 시작하면 갈색으로 변하면서 꽃줄기가 뒤틀어진다. 헛꽃은 참꽃이 열매를 맺은 후에도 겨울까지 남아 새와 짐승들을 유인해서 씨앗을 보내는 임무를 다 마치고서 이듬해 봄에야 사그라진다.
수국은 산수국에서 참꽃을 희생시키고 헛꽃을 개량하여 키워서 만든 것이다. 그래서 산수국은 열매를 맺지만 수국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데도 수국이 번성하는 것은 아름다워서 사람들이 가꾸어 심기 때문이다. 수국은 산방꽃차례로 토양에 따라 꽃색이 다르게 핀다. 정상 토양에서는 분홍빛, 산성 토양에서는 푸른 빛을 띤다. 나무수국은 원추꽃차례로 연두색으로 피었다가 흰색을 거쳐 분홍빛 꽃이 핀다. 나무수국은 무성화와 양성화가 같이 있어 열매를 맺는다. 수국은 한 해 묵은 가지에서 돋은 새 가지가 두 마디 자란 위치에서 꽃이 달리지만, 산수국과 나무수국은 그 해에 새로 나온 줄기 끝에서 꽃이 핀다.
산수국과 꽃이 닮은 나무로 참꽃과 헛꽃이 같이 있는 백당나무가 있고, 수국처럼 산방꽃차례가 닮은 나무로 불두화가 있다. 백당나무나 불두화는 수국과와 다른 집안(산분꽃나무과)으로 백당나무 헛꽃을 개량한 것이 불두화이다. 개량을 하기 전에 수종(산수국, 백당나무)은 열매를 맺고, 개량한 수종(수국, 불두화)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수국 집안(산수국, 수국)은 잎이 깻잎 모양인데, 다른 집안인 백당나무와 불두화는 오리발 모양으로 세 갈래로 갈라진다. 나무수국은 잎이 타원형이거나 달걀형이다. 꽃색을 보면 수국 집안은 변화가 심하다. 산수국은 꽃색이 파랑, 보라, 분홍이고, 수국은 파랑, 보라, 분홍, 흰색이다. 수국과 다른 집안인 백당나무는 흰색이고, 불두화는 처음에는 연두색이었다가 흰색으로 변한다.
수국이란 이름은 수(繡)를 놓아 만든 둥근 공과 같다고 수구(銖球)라 했고, 나중에 수국(水菊)이란 이름이 나왔다. 수국이 꽃 피는 시기는 장마철과 겹친다. 그리고 물을 좋아해서 꽃이름에 물 수(水)가 더해진 것 같다. 나무수국이란 이름은 '조선식물향명집' 주해서인 '한국 식물 이름의 유래'에는 나오지 않는다. 여하튼 개량종은 헛꽃을 부풀려 만들어서 화려함을 드러내었고, 후손은 제 힘으로 만들지 못한다. 산길로 가다가 발견한 산수국을 보고 수국 공부를 하게 되었다. 산수국이 꽃가루받이를 하고 난 뒤에는 꽃가루받이를 했노라고 헛꽃을 뒤집으며 몸으로 이실직고하고, 꽃색이 바뀌는 그 과정이 재미있고도 묘하다.
| 산수국 | 수국 | 나무수국 | 백당나무 | 불두화 | |
| 과명 | 수국과 | 수국과 | 수국과 | 산분꽃나무과 | 산분꽃나무과 |
| 꽃 모양 | 가운데 참꽃 둘레는 헛꽃 |
산방꽃차례 | 원추꽃차례 | 가운데 참꽃 둘레 헛꽃 |
산방꽃차례 |
| 생식(성) | 무성화, 양성화 |
무성화 | 무성화, 양성화 |
무성화. 양성화 |
무성화 |
| 잎 모양 | 깻잎 모양 | 깻잎 모양 | 타원형, 달걀형 | 오리발 모양 세 갈래로 갈라짐 |
오리발 모양 세 갈래로 갈라짐 |
| 꽃 색 | 파랑, 보라, 분홍 | 파랑,보라,분홍,흰색. 토양에 따라 다름 | 연두색 → 흰색 → 분홍색 | 흰색 | 연두색 → 흰색 |
| 개화 | 6~8월 | 6~7월 | 7~9월 | 5~6월 | 5월 |
| 열매 | 있다 | 없다 | 있다 | 있다 | 없다 |
* 양성화는 한 꽃에 수술, 암술이 모두 있고, 무성화는 수술, 암술이 퇴화하여 종자를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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