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걷기 2-4. 진관사 입구~솔고개
큰길을 지나면 그 안에 숨은벽능선
진관사 입구 - 입곡 삼거리 - 백화사 - 북한산성 입구 - 효자마을 - 사기막골 - 솔고개
이동 거리 10.9㎞. 이동 시간 3:56. 휴식 시간 0:28. 계 4:24
2022.5.11. 맑음. 16.6~25.2℃
북한산 산행을 하자면 접근 방법이 다양하다. 진관사나 삼천사를 들머리로 산행하는 사람들은 적은 편이다. 구파발 전철역에서 들어오는 접근로가 길어서 그럴 것 같다. 북한산 둘레길 진관사 입구를 지나면 생태공원에 수십 그루 은행나무가 위로 길게 뻗었다. 은행나무는 가지를 벌리면서 크는 나무라는 인식을 이곳에 와서 보면 바꾸게 된다. 나무는 경쟁을 하면서 크면 성장의 방향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참빗살나무는 자그마한 꽃을 피우고, 살구나무는 열매가 제법 굵어졌다.
생태공원을 지나면 이내 큰길이 나온다. 북한산 둘레길 몇 군데가 그런 데가 있어 햇볕이 강한 날엔 땀을 흘리며 걸어야 한다. 길가에 제법 긴 거리에 심은 수수꽃다리 울타리는 꽃이 다 지고, 아까시나무 꽃이 한창이다. 두 나무의 꽃말대로 '젊은 날의 추억'은 가고 '숨은 사랑'이 향기를 살며시 내놓는다. 북한산계곡 입구에 소태나무는 노란색 꽃을 피웠다. 이즈음에는 등나무 보라색 꽃이 한창이고, 층층나무 하얀색 꽃이 사방을 덮고 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전나무 암꽃이 끄트머리에서 빨갛게 밀고 올라왔다. 소나무들도 송홧가루를 잔뜩 묻히고 바람 불기를 기다린다. 모든 식물이 후손을 만드는 계절이다.
관세농원부터는 다시 큰길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장군 관우를 추모하는 사당인 관성사(關聖祠)가 그 안에 있다. 임진왜란 때 명나라 원군의 제안으로 세운 사당인데, 수호신으로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길가에는 봄망초 두어 포기가 보이고, 밭엔 하얀 감자 꽃이 피었다. 어떤 집 텃밭엔 파 꽃도 있었는데, 이즈음 농촌에는 찾아올 벌들이 적다는데, 꿀벌이 윙윙거리는 소리를 들어본 지 오래되었다. 사기막골로 들어서면 북한산 높은 봉 백운대, 인수봉이 보이고, 그 사이에 북한산 비경 숨은벽이 눈에 들어온다. 북한산에 다니며 열 손가락을 다 꼽을 정도로 밤골에서 숨은벽능선으로 올라가 하루재로 넘어서던 곳이었는데, 쳐다보는 것만도 아찔하다.
사기막골을 지나 교현리 방향인 솔고개로 발걸음을 옮겼다. 덜꿩나무나 진달래 꽃은 다 떨어지고 꽃떨기가 있었던 자취만 남았다. 뜰보리수와 회잎나무는 말간 꽃을 피우고 있다. 길 아래로 거의 다 내려왔는데 긴꼬리제비나비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있다. 요즈음 산에 다니면서 이 나비를 많이 만난다. 중부 이남에 많고 봄과 여름에 많으니 지금이 만날 수 있는 시기다. 주로 산림 어둑한 데서 팔랑팔랑 날아다녀 사진에 담기 어렵다. 나비도 나비 길이 있어 사진으로 담으려면 나비가 지나간 길에서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긴꼬리제비나비는 사랑도 어둑한 곳에서 하느라 가슴을 마주 하고 꼼작을 않는다. 나비에게도 사랑의 계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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