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걷기 2-6. 회룡골~우이동
도봉산 골과 골을 이어서 걷는 길
회룡골 - 원도봉 - 다락원 - 무수골 - 방학동길 - 우이동 우이령길 입구
이동거리 14km. 이동시간 4:42. 휴식시간 0:40. 계 5:22
2022.5.27. 맑음. 16.1~25.6도
봄은 만물이 생명을 얻는 계절이다. 매주 길에 나서니 그 생명이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보인다. 산과 들이 온통 초록으로 가득 찬 이유는 작은 풀잎 하나 작은 나뭇잎 한 장이 모두 부지런히 초록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둘레길 초입에 수령 460년 된 회룡골 회화나무는 묵직하고, 사패능선 하늘금은 시원하다. 이틀 전 비가 와서 하늘이 파랗고 뭉게구름은 산봉을 에워싸고 광배처럼 빛난다.
산길로 들어서니 나뭇잎 사이로 도봉산 암봉이 보였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암봉은 꽃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목은 이색은 도봉산 깎아지른 암봉을 푸른 하늘에 꽂았다고 표현하였고, 이성계는 구름이 걷히니 만장봉의 머리가 희다고 하였다. 이곳은 조선 개국과 관련한 지명이 많다. 회룡은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오며 머물렀다가 한양으로 돌아간 곳이요, 호원동은 태종 이방원이 회룡에서 머물던 아버지 이성계가 이제는 돌아오라며 연대를 차려놓고 조정회의도 이곳에서 하며 기다리던 곳이다. 그래서 의정부란 지명이 생겼고, 연대를 지은 것을 보고 사람들은 '연때가 맞아야 한다'라고 했다. 산 아래는 길손들이 오가며 머물던 여관 격인 원이 많았다. 호원, 다락원, 장수원, 무수원 등이 지명으로 남아 있다.
북한산 둘레길 이번 길은 도봉산 암봉을 보며 부채살처럼 펼친 골과 골을 이어서 걷는다. 산으로 오르더라도 해발 100~150m 길이고 산길은 어렵지 않다. 도봉산은 골이 많은 만큼 산길이 많아 산은 몸살을 앓는다. 원도봉에서 호원동 쪽으로 내려오면 도로로 길게 걷는다. 산 쪽으로 들어온 건물이 많다. 자연은 사람에게 쓰라고 빌려준 것인데, 이렇게 산을 무너뜨리고 자꾸 깊게 들어와서 자리 잡아도 되는가 싶다. 자연을 잘 빌려 쓰고 두고 가야 하는 것인데 말이다.
이제 꽃이 피는 나무가 있다. 쥐똥나무 화사한 꽃이 향기를 뿜기 시작하였고, 밤나무가 꽃을 내밀고 있다. 족제비싸리 조록싸리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였고, 길가에서 핀 감나무 꽃이 반가웠다. 산초나무나 산사나무, 뜰보리수는 열매를 맺기 시작하였고, 벚나무 열매 버찌는 벌써 익어서 깜장 열매가 보인다. 뽕나무는 이제 익기 시작하는데 성질 급한 새들이 가만 두지 않는다.
방학동 길로 접어들고 왕실묘역 길로 가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네 주변 길을 걷는 발걸음인 것 같다. 회룡골부터 골골이 걸어온 길은 주택이 가까이 있을수록 그리고 인위적인 구조물이 많을수록 깊은 맛이 적다. 도시에 가까운 숲에서는 어쩔 수 없는 환경일지. 그래도 도봉산 웅장하고 수려한 암봉을 본 한 편의 그림 같은 여운은 오래갈 것이다. 적어도 다음 걸음까지는 그 여운이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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