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과 연관하여 지은 식물 이름
똥의 조어(祖語)는 '돋-'인데, 더럽다의 어근 '덜-'과 어근이 같다. 두엄도 '둘-'이 어근인데 이 또한 같은 어근이다. 옛날에 두엄은 짚에 인분이나 외양간에서 나온 쇠똥이나 돼지똥을 섞어 만들었다. 거름의 주 재료는 똥이었다. 농사를 지을 때 꼭 필요한 거름이 똥오줌이었다. 한자로는 똥을 분(糞)이라 하는데, 쌀 미(米) + 다를 이(異)로, '쌀이 달리 된 것'이 똥이다.
식물 이름에는 똥이 들어갔거나 별칭으로 연관하여 지어 부른 이름이 여럿 있다. 풀이름에는 말똥비름, 방가지똥, 개똥쑥, 애기똥풀이 있다. 나무에는 똥낭이 변한 돈나무, 열매가 쥐똥을 닮았다는 쥐똥나무, 개똥나무라 부르는 누리장나무, 보리똥나무라 부르는 보리수나무가 있다.
말똥비름에 말똥은 식물의 살눈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비름은 잎모양이 쇠비름을 닮은 것에서 유래했다. 즉 살눈을 만드는 쇠비름을 닮은 식물이란 뜻이다. 방가지똥은 방가지(방아깨비)가 내뱉는 액처럼 유액이 나오는 식물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개똥쑥은 식물체를 비비면 개똥 같은 냄새가 난다고 붙인 이름이다. 잎에 선점이 있어 독특한 냄새가 난다. 애기똥풀은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노란색을 애기가 설사를 할 때 누는 곱똥과 비슷하다는 것에 비유한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 사용한 '씨아똥'은 '씨아(목화의 씨를 빼는 기구)'와 '똥'의 합성어로 종자를 목화 씨앗에 비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돈나무는 늦가을에 열매가 벌어지며 끈적하고 악취가 나는 점액이 나오는데, 파리나 다른 곤충이 모여들고 지저분하고 냄새가 좋지 않아 똥을 연상시키는 나무란 뜻에서 제주말로 '똥낭'이라 하던 것이 변한 이름이다. 쥐똥나무는 작고 까만 열매를 쥐똥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한다. 누리장나무는 냄새가 그리 심한 것은 아닌데, 잎이나 가지를 찢거나 봄날 싹이 날 때 근처에 가면 역한 누린내(누리)가 난다고 붙은 이름이다. 장나무는 작대기 또는 막대기란 뜻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개(犬)에서 나는 누린 냄새가 난다고 하여 '개나무', 개똥 냄새가 난다고 하여 '개똥나무'라고도 했다. 보리수나무는 보리똥나무라고도 했는데, 열매가 보리를 닮았고, 잎과 어린가지나 열매 표면에 있는 작은 점을 곤충의 똥같이 생겼다고 불렀던 이름이다. 모두 냄새나 색깔과 모양을 보고 지은 이름이다. 식물 이름은 사람이 사람 기준으로 지은 것이지만 아름답고 예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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