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허리를 넘어서 / 구파발에서 우이동까지
구파발역 - 이말산길 - 진관사 입구 - 백화사 - 북한산계곡 - 대동문 - 진달래능선 - 우이동
이동거리 14.5㎞. 이동시간 5:23. 휴식시간 1:46. 계 7:09 (2023.3.3. 맑음. -1.9~10.4℃)
북한산 산허리를 넘어 구파발에서 우이동까지 걸었다. 구파발에서 출발하여 진관근린공원이 있는 이말산길을 넘으면 진관사이고, 진관사에서 북한산둘레길을 따라가면 북한산계곡에 이른다. 북한산계곡을 따라 오르면 북한산 줄기 한 허리에 자리 잡은 대동문이 있고, 이어서 진달래능선을 따라 내려서면 우이동이다. 주능선을 따라 걷는 길은 없었고, 진달래능선 하산길이 경사가 있었지만 대부분 편안한 길이다.
봄이 되면 나뭇가지에 새싹이 난다. 서어나무는 연한 자줏빛이고, 참나무는 누룻한 빛, 다릅나무는 은빛이고, 새싹이 일찍 나오는 귀룽나무는 연둣빛이다. 올해는 봄이 늦어 그런지 새싹이 일찍 나오는 귀룽나무도 그런 봄빛이 비치지 않는다. 개나리도 아직 꽃이 피지 않았다. 산개나리가 작년에 맺은 열매를 매달고 계곡 초입에 자리 잡고 있다. 특이하게도 보리밥나무는 모진 바닷바람을 견디며 남해 바닷가 산지에서 보던 것인데, 북한산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계곡 초입에 살얼음이 살짝 언 웅덩이에 개구리 알이 보인다. 개구리는 동면에 들어가면 체온이 내려간다. 개구리들이 극한 추위에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은 몸에 자연 부동액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액이 있어 얼음상태에서 세포들이 탈수되지 않게 한다. 아마도 개구리 알에도 그런 성질이 있어 이런 기온에도 알을 낳은 모양이다. 백목련 겨울눈도 연회색빛 털코트가 부드러워졌다. 만물의 초목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그 힘이 강하다. 딱딱한 것은 죽음의 무리지만, 유약하고 미세한 움직임은 삶의 무리라 하지 않던가. 봄이 멀지 않았다.
북한산계곡 산영루 부근에는 얼음이 넓게 남아 있고, 행궁지를 지나는 계곡에도 덜 녹은 얼음이 계곡을 따라 길다. 그래도 산길은 녹고 있어 젖은 자국이 보이는 곳이 있다. 나뭇잎이 없으니 쓰러진 나무들이 더 잘 보인다. 숲바닥이 어지러운 것은 숲이 건강하다는 신호다. 나무가 생명의 순환에 이바지하는 것은 죽고 난 뒤에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동문은 오늘 걷는 길에 최고 높이다. 성루는 헐고 수리 중이라 오늘은 볼 수가 없다. 진달래능선으로 내려서면 계곡에서 보았던 북한산 주봉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북한산은 서울의 진산(鎭山)이다. 고을이 생기며 고을마다 진산이 생겼다. 진산은 지키는 산이란 뜻이다. 산은 우리를 지키고, 우리는 산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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