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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섬으로 간다/제주도

3월, 눈 속에 한라산

향곡[鄕谷] 2023. 3. 16. 12:47

한라산 11

 

3월, 눈 속에 한라산

 

성판악 주차장 - 속밭대피소 - 진달래대피소 - 백록담 - 용진각 쉼터 - 삼각봉대피소 - 탐라계곡 - 관음사 주차장

이동거리 18.8㎞. 이동시간 7:50. 휴식시간 2:14. 계 10:04 (2023.3.8. 맑음. 1~8℃. 바람 3~4m/s)

 

* 백록담 : 동서 700m, 남북 500m, 둘레 1.72㎞, 면적 2,1ha(6300평), 바닥 높이 1839m, 비고 111m, 동릉1933m 서릉 1950m 

 

 

 

 

 

 

기록에 남아 있는 한라산 최초 등반은 존자암으로 올라 백록담 서북으로 오르는 길이었다. 나중에는 관음사에서 시작하여 한라산 북쪽으로 오르는 길을 1960년대까지 가장 많이 이용하였고, 1100 도로와 516 도로를 개설한 이후에는 어리목코스와 성판악코스가 추가되었다. 성판악 산길에 들어서서 2㎞ 정도 가면 왼쪽으로 성널오름이 있다. 오름 동남사면에 대규모 수직암벽이 있어 성널오름이라 하는데, 한자로 성판악(城板岳)이라 한다. 성판악으로 가며 보는 한라산은 여인이 누워있는 아름다운 모습인데 오늘은 잘 보인다.

 

이젠 한라산은 입산허가를 받아야 산행을 할 수 있다. 2주 전에는 허가 인원도 차고 정상 체감기온이 영하 18도로 너무 추워 일정을 연기하였다. 날씨는 맑고 바람은 잤다. 산길은 해발 750m부터 시작한다. 산길 초입에는 굴거리나무가 서 있고, 개서어나무가 많으며, 나무에는 붉은겨우살이가 붙어서 살고 있다. 속밭대피소에 가까워지자 삼나무와 조릿대가 숲을 채우고, 눈은 쌓여 녹지 않았다. 조릿대 사이로 부는 바람이 차지는 않다. 돌길은 데크로 보완하여 걷는 것이 편해졌다. 진달래대피소부터는 눈이 더 많다. 설문대할망은 눈 밟을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하였다.

 

1500 고지를 넘으면 구상나무가 보이기 시작하고, 1700 고지가 지나면 구상나무 고사목이 산 나무보다 많다. 한라산은 여름에 호우가 집중하여 토양 유실이 많고, 겨울에는 온도가 낮아 키 큰 식물이 살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결정적 요인은 수분 부족이다. 구상나무는 살아 백 년 죽어 백 년이라는데, 고사목으로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많아졌다. 회목나무와 섬매발톱나무가 보이고 시로미도 보인다. 시로미는 키가 10~20㎝인 상록소관목으로 한라산과 백두산에서만 산다는 희귀 식물이다. 1700 고지를 지나니 볼 수 있었다. 시로미 열매를 먹으면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는 불노불사(不老不死)의 신비한 명약으로 알려져 진시황이 그 약을 구해오도록 하였다. 시로미가 줄고 있다. 소와 말 방목을 막으니 조릿대가 퍼지면서 시로미 서식환경이 나빠졌다. 노루도 늘어 시로미를 뜯어먹어 더 그렇다. 

 

시로미와 눈향나무가 있는 곳에 이르면 키 큰 나무는 없다. 서귀포 앞에 섬이 보이고, 오던 길에는 성널오름이 우뚝하다. 그 앞에 사라오름도 보인다. 풍경을 돌아보면서 훠이훠이 오르면 이내 백록담이다. 백록담은 신선이 하늘에서 흰 사슴을 타고 내려와 물을 마셨다는 전설이 있다. 백록담은 비가 내렸을 때만 모여드는 지표수로 샘이 없다. 지금은 물이 없고 눈 내린 자취만 남아 있을 뿐이다. 백록담 화구호는 동릉은 평평하고, 서릉은 높으며, 남릉은 벼랑이 있고, 북릉은 바위로 쌓여 있으면서 터져 있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동대(東臺), 서정(西頂), 남애(南崖), 북암(北巖)이라 했다.

 

정상은 바람이 불어 북쪽 바위지대를 지나 왕관릉 쪽으로 내려서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왕관릉은 백록담에서 용암이 분출하여 지층을 따라 흐르던 용암층이 멈추어 굳은 오름이다. 관음사로 내려서는 마지막 경사에도 구상나무군락이 있다. 백록담 서북쪽으로 보이는 경관이 좋다. 바위가 있는 부근이 장구처럼 생겼다는 장구목(1813m)이고, 장구목에서 내려서는 개미등이 늘씬하다. 백록담에서 내려서는 밋밋한 이 능선을 개미등이라 부른다. 왕관릉에도 바람이 있어 용진각 쉼터까지 내려섰다. 탐라계곡 위쪽인 이곳은 수년 전 홍수로 엄청난 물이 내려와 대피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바로 아래가 용진굴인데, 제주에서는 골짜기는 굴, 고을은 골이라 하고, 굴 또는 동굴을 궤라 한다. 큰부리까마귀들 호위를 받으며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용진각쉼터를 떠나 다리를 건너고 개미등 아래로 붙어 지나면 삼각봉대피소이다. 그곳까지는 백록담 북벽과 왕관릉이 보인다. 삼각봉대피소를 지나면 서탐라계곡이 합수하는 개미목이다. 눈은 거기까지 쌓여 있고, 긴 탐라계곡 하산길이 시작된다. 탐라계곡 끝은 한천을 거쳐 제주 용연까지 이어진다. 붉은겨우살이가 하산길에도 많다. 먹어보니 맛이 달짝 찌근하면서도 싸하다. 입에서 떼니 길쭉하고 찐득한 체액이 늘어진다. 새들이 먹고 입에서나 뱃속에서 나올 때도 잘 떨어지지 않아 나뭇가지에 문지르니 나무 위에서 뿌리를 내린다. 그것이 겨우살이가 살아가는 방법이다. 하산길은 길어 긴장을 하지 않으면 발목을 다칠 수 있다. 오르는 것 못지않게 수시로 쉬어가야 한다. 산행은 꼭대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 느끼고 체험하는 과정이다. 큰 산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정상은 꼭대기가 아니라 목적지가 정상이다.   

 

 

     

삼나무숲 / 속밭대피소 가는 길

 

 

 

 

사스레나무

 

 

 

구상나무 군락지

 

 

한라산 정상이 보이는 곳

 

 

시로미

 

 

성널오름과 사라오름이 보이는 전망

 

 

백록담

 

 

한라산 정상 동릉 부근. 사람들이 백록담 표석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다

 

 

구상나무가 있는 한라산 북벽 하산길

 

 

개미등

 

 

관음사 하산길

 

 

백록담 북벽 아래 왼쪽 골짜기로 내려왔다

 

 

용진각 쉼터. 백록담으로 구름이 모여든다

 

 

 

큰부리까마귀

 

 

왕관릉 (둘레 822m, 비고 150m)

 

 

삼각봉 아래

 

 

왕관릉과 한라산 북벽 / 삼각봉 아래에서

 

 

삼각봉대피소에서 보는 삼각봉(1695.5), 백록담 북벽, 왕관릉

 

 

붉은겨우살이

 

 

탐라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