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보며 걷는 숲길 2
살곶이다리 - 장충단공원
뚝섬역 - 살곶이다리 - 응봉산 - 독서당로 - 금남시장 - 응봉근린공원 - 한신아파트 - 금호근린공원(금호산) - 매봉산 - 버티고개 생태통로 - 성곽마루 - 국립극장 입구 - 장충단공원 - 동대입구역
이동거리 9.9㎞. 이동 3:36. 휴식 1:12. 계 4:48 (2023.4.17. 맑음. 6.8~18.1℃)
뚝섬역을 떠나 중랑천에 들어서니 벌써 벚꽃은 흔적도 없다. 멀리서 보니 보름 전 화려했던 응봉산 개나리꽃도 보이지 않는다. 개나리가 피고 일주일 뒤에 벚꽃이 피는데, 그마저도 피었다가 다 지고 없다. 꽃 피는 것은 기온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이고, 일조시간과 강수량에도 영향을 받는 것이라 그 변화가 빠르다.
이성계가 이방원을 향해 겨누었던 화살이 비껴간 살곶이다리를 건너가니 꽃구경을 나선 사람들이 많다. 응봉산에는 복사나무 꽃도 다 지고, 팥배나무 꽃과 산사나무 꽃이 하얗게 피었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한 순간이다. 꽃의 시간은 세월처럼 빠르다. 짧은 생애에 꽃이 머물 시간이 있으랴.
응봉산서 내려와 금남시장을 지나 응봉공원을 올라서니 연산홍이 화려하다. 애써 가꾼 봄꽃에 눈길을 잠시 주고 또 걷는다. 금호산 오르니 나직하게 핀 꽃이 반갑고, 분분한 낙화에 봄이 다 가는 줄 알았더니 아직도 응달에선 봄바람이 서늘하다. 매봉산에서 보는 한강은 흐릿하다. 봄의 기운이 내뿜는 대기의 기운이 봄 하늘을 흐리게 하는 것일까. 금호근린공원에서 매봉산을 거쳐 남산숲으로 가는 숲길이 아늑하다. 새들 울음소리에 봄숲이 더 깊다.
높낮이가 그렇게 없는 길이라 여유 있게 걸었다. 뒤풀이를 하러 어느 식당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보더니 산에 갈 때 송홧가루와 산초나무 열매를 딸 데가 있으면 데려다 달라고 한다. 그 연세에 산 다니며 그걸 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 하였다. 뭐든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며, 우리 보고 나이를 묻는다. 우리가 나이를 대었더니, 나이 많은 줄 알았더니 애기들이라 한다. 그분은 우리 세월을 뭉텅 잘라가 버렸다.
'걸어서 보는 세상 > 서울 걷기 좋은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숲길 3. 서울숲 - 뚝섬유원지 (0) | 2023.04.22 |
---|---|
한강을 보며 걷는 숲길 3. 장충성곽 - 서울숲 (0) | 2023.04.19 |
서울숲길 2. 응봉산-서울숲 (0) | 2023.04.04 |
북악하늘길 2. 한양도성 백악길에서 백사실 계곡으로 (0) | 2023.03.26 |
서울숲길 1. 중랑천-서울숲 / 응봉산 아래로 돌아오는 나들길 (0) | 2023.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