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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할 수 없는 고산병

향곡[鄕谷] 2023. 6. 14. 20:05

예측할 수 없는 고산병

적응기간을 가지고 쉬면서 충분히 물을 마셔야

 

 

3천 미터 이상 고산에 오르면 불가항력으로 고산병이 생길 수 있다. 실크로드 여행을 하면서 중국 신장자치구 우루무치에서 차로 6시간 반 걸려 천산산맥 이로빙천(一號氷川)에 간 적이 있었다. 이로빙천은 해발 4500m에 있다. 3500을 넘자 고산병(高山病) 증세가 생긴 대원이 생겼다. 고산병은 낮은 지대에서 고도가 높은 2000~3000m 이상 오르면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신체의 급성 변화이다.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고 울렁거려 속이 불편하다고 하였다. 버스가 쉬지 않고 올라가서 그런 것 같았다. 고산병 증상이 생겼을 때 급자기 내려가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고 한다. 

 

동티베트 공가사를 가자면 4470m나 되는 야하야코우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 고개 옆에 야하야코우(4568m) 산이 있다. 고개에서 멀지 않고, 공가산(7556m)도 보인다기에 오르기로 했다. 10m도 못 가 숨이 가빠졌다. 몇 번이고 10m를 가고 쉬며 움직이는 거리를 늘였다. 고산병 증세는 2000~2500m에서는 22%가 느끼고, 3000m를 넘어가면 42%가 느낀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서 입구에 천막집에서 수유차를 마시면서 쉬니 진정되었다. 다음 산이 즈메이야코우(4550m)이다. 숨이 가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앞에서 경험을 해서 걷는 것이 조금 나았다. 숨이 가빠지면 멈추거나 속도를 줄이고, 심호흡을 하고서 물을 마시고 올라가야 한다. 

 

즈메이촌에서 하루를 묵고 공가산(7556m)이 보이는 공가사(3760m)로 트래킹을 하였다. 왕복 5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다. 천천히 움직이니 나았다. 티베트(Tibet)란 말은 몽골어 투벳(Thubet.吐番)에서 유래한다. '눈 위에 거주지'란 뜻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높은 곳에 산다. 자외선에서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세수나 목욕도 잘하지 않는다. 숙소에서 한 대원이 머리를 감기에 따라 하였더니 몸이 으슬으슬하였다. 고산병 증세가 생겼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밥을 먹을 수 없어서 친구가 끓인 누룽지죽을 먹고 다녔다. 전신에 기운이 빠지고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사나흘을 다니다가 점차 회복되었다. 대원  한 사람은 고산병 증세로 배뇨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이틀을 다니다가 미리 귀국하였다. 나중에 들으니 서울로 가니 그 증상이 없어지더라 하였다.

 

다음 해에 동티베트에 있는 스꾸냥산(6250) 등정을 하기로 했다. 봉우리 중에서 가장 낮은 다꾸냥봉(5038)을 오르기로 하였다. 성도에서 스꾸냥산이 있는 일륭으로 245㎞를 찦차를 타고 간다. 쓰촨대지진이 일어난 문천을 지나 파랑산고개(4487)를 넘어야 한다. 고개에서 쉬려고 차에서 내리니 어질 하였다. 고산증세였다. 숙소로 정한 일월산장(3206m)에서는 다꾸냥봉 정상까지 832m를 더 오른다. 적응기간으로 사흘을 잡았다. 산행 첫날은 노우원자(3809m)에서 텐트를 치고 잤다. 커피와 초코파이 봉지는 빵빵해졌다. 물건을 가져오느라 50m를 왔다 갔다 했더니 그것도 어지러웠다. 그다음 날 과도영(4347m)에서는 눈이 내렸다. 워낙 추워 산장에 들어가기로 했다. 산장은 난방이 안되고 찬바람이 숭숭 들어오고 눈비만 가릴 판잣집이었다. 몸이 떨릴 정도로 추운 밤이었다. 밤새 내리던 눈은 새벽에 그쳤다. 그다음 날 대장은 고산병 증세가 있어 식사를 제대로 못하였다. 한 대원은 증세가 심하여 정상 등정을 포기하였다. 산소통을 준비하였는데 사용하지는 않았다. 정상 부근은 바람소리가 요란하고 눈이 많고 미끄러워 정상에 오르는 것은 무리였다. 정상 직전에 포기하고 하산하였다. 

 

높은 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혈액 내에 많은 헤모글로빈이 있어 선천적으로 강하다고 한다. 테베트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은 아파야 한다는 말처럼 고산병을 앓는다. 고산병 증세는 두통과 멀미가 나고, 콧물, 잔기침, 귀가 먹먹하고, 소변량이 줄어든다. 고산병이 아니더라도 소변은 나오지 않았다. 심하면 저체온증, 동상, 자외선 결막염, 탈수증이 일어난다. 빈혈, 심장병, 폐질환, 호흡기 질환이 있으면 고산병은 빨리 온다.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숨을 많이 쉬어 산소량을 보충하고, 쉬면서 혈액을 순환시키도록 하고, 아세티졸아미드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산 산행은 베이스캠프에서 걸어가며 적응기간을 갖는다. 고산병 증상이 느껴지면 멈추거나 낮은 지대로 가야 한다. 식이요법으로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금주, 금연하고, 수면제와 같은 습관성 약을 먹지 않아야 한다. 고산병은 몸이 약하고 강하고 가 없다. 고산병은 나이와 관계없다. 고산병이 난감한 이유는 예측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한 번은 엄홍길대장에게 대원 중에 고산병 걸린 사람이 없느냐고 물어보았다. 8000 고지 몇 번 잘 다녀온 대원도 갑자기 걸리는 것이 고산병이라 하였다. 일단 고산병에 걸리면 다리에 힘이 빠져 걸을 수 없고, 얼굴은 창백해지고, 초점은 흐려지고, 귀찮고, 밥맛이 없다. 만나기 싫은 고산병이지만, 예측할 수도 없으니 예방이라도 해야 한다. 적응기간을 갖고 충분히 쉬면서, 너무 무거운 것은 지지 않고,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다. 

 

 

 

천산산맥 이로빙천 (해발 4500)

 

 

야하이야코우 (4568)

 

 

즈메이야코우 (4550)

 

 

공가사(해발 3760)에서 보는 설산 공가산(7556)

 

 

다꾸냥봉 오르는 길에 보는 스꾸냥산(6250)

 

 

다꾸냥봉 (5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