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살나무와 좀작살나무
잎과 꽃자루로 찾는 보랏빛 열매 나무
오래전 영월 주천에 갔다가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물에 들락날락하면서 나무 작살로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물고기를 많이 잡았다고 했더니, 닭모이를 주려고 잡는다고 한다. 작살(斫殺)이란 물고기를 찔러 죽이는 기구이고, '결판이 났다'는 뜻이다. 작살난다는 말은 완전히 깨어지고 부서진다는 의미다. 작(斫)은 베다는 뜻인데, 뜻을 나타내는 도끼(斤)와 음을 나타내는 석(石. 석→작)을 합한 글자이다. 아이들은 닭모이를 주기 위해 개울에서 작살을 들고 물고기를 작살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쓴 나무는 아니지만 작살처럼 생긴 작살나무가 있다. 줄기를 두고 가지가 갈라진 모습이 작살 같다고 붙인 나무 이름이다. 가지는 셋으로 갈라지기를 반복한다. 우리는 나무 특징을 가지에 두고 이름을 붙였지만 다른 나라는 열매를 두고 이름을 지었다. 가을이면 반짝이는 보랏빛 구슬 열매가 아름답다. 그래서 학명에서 속명 Callicarpa는 '아름다운 열매'란 뜻이고, 중국은 자주(紫珠)라 하여 자줏빛 구슬에 비유하였다. 연한 자주색 꽃은 작살나무가 한 달 정도 빨라 6월부터 볼 수 있고, 10월쯤에는 반짝이는 보랏빛 열매를 만날 수 있다. 작살나무는 산에 많은데 비해 좀작살나무는 열매가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심어 산 아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좀작살나무는 작은(좀) 작살나무란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작살나무와 좀작살나무는 생김새가 비슷하긴 하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작살나무는 암술이 수술보다 길고, 좀작살나무는 엇비슷하다. 작살나무 꽃밥은 위쪽으로 구멍모양으로 열리고, 좀작살나무는 세로모양으로 열린다. 잎은 작살나무가 조금 크다. 중요한 차이가 꽃자루의 위치와 잎의 거치이다. 작살나무는 잎자루 사이에서 꽃자루가 있지만, 좀작살나무는 잎자루 조금(0.5㎜) 위에 꽃자루가 생긴다. 그래서 기억하기 쉽게 좀 멀리 달린다고 좀작살나무라 그런다. 작살나무 잎은 톱니(거치)가 중간을 넘어서도 있고, 좀작살나무 잎 톱니(거치)는 중간까지만 있다. 가을에 보라색으로 익는 열매는 좀작살나무가 더 작아서 야무지게 보인다. 잎과 열매가 다 떨어지면 겨울눈으로 구분한다. 작살나무에는 정아(頂芽)가 있고, 작살나무는 비늘조각 없이 길쭉한 맨눈인데 비해 좀작살나무는 비늘조각에 싸여 있는 둥근 모양(球形)이라 구분이 쉽다.
작살나무는 뭐라 해도 열매가 보석처럼 아름답다. 보랏빛 열매는 동글동글 달린 모양이 앙증맞고, 꽃말이 총명인 것처럼 열매가 영글고 야무지게 생겼다. 작살나무는 그늘이나 건조한 데나 추위와 공해에도 잘 자란다. 혹시나 이 나무를 가꾸고 싶으면 열매를 따서 보랏빛 과육은 제외하고 말려서 저온 저장하거나 땅에 묻어 보관하였다가 봄에 파종을 하면 싹이 나온다. 어리니까 추위 관리를 잘하면 파종 후 3년이나 4년 뒤 아름다운 작살나무 열매를 구경할 수 있다. 야무지고 아름다운 나무가 작살나무이다. 구부러진 나무뿌리와 뒤틀린 나무를 보며 고난을 넘기듯, 작살나무를 보며 세상을 아름답고 바르게 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예전에는 책뿐만 아니라 일을 겪거나 사물을 보고 깨달음을 얻고, 이를 자신의 바른 처신으로 연결하는 공부를 하였다. 이를 관물(觀物) 공부라 한다. 이것이 예전 선비들이 꽃과 나무를 보는 뜻이다.
| 작살나무 | 좀작살나무 | |
| 꽃 | 암술이 수술보다 길다 꽃밥이 위쪽으로 구멍모양으로 열림 |
암술과 수술 길이가 비슷하다 꽃밥이 세로 모양으로 달림 |
| 꽃자루 | 마주 보는 잎자루 사이에 있다 | 잎자루 위(0.5㎜)에 달려 있다 |
| 잎 | 톱니(거치)가 잎 중간을 넘어선다 | 톱니(거치)가 잎 중간까지만 있다 |
| 열매 | 4~5㎜ 크기. 성글게 달린다 | 2~3㎜ 크기. 다닥다닥 달린다 |
| 겨울눈 | 새부리 모양 길쭉. 정아가 있다 | 공모양, 정아가 없다 |
| 서식지 | 산골짜기, 산기슭 | 중부이남, 식재가 많다 |
♧ 작살나무 (마편초과)
♧ 좀작살나무 (마편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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