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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와 살구나무 / 벚나무류, 같은 집안 다른 세상

향곡[鄕谷] 2023. 8. 6. 17:51

매실나무와 살구나무

벚나무류, 같은 집안 다른 세상

 

 

옛사람들이 봄꽃이 피는 시기를 절후에 비교하여 기록한 화신풍(花信風)이 있다. 매화는 소한(小寒)이 지나서 피고, 살구꽃은 우수(雨水)가 지나 핀다고 기록하고 있다. 요즈음 꽃이 피는 시기와 맞지 않는 것이 있지만 순서는 맞을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봄꽃이 피는 시기가 촘촘하였다. 지구가 겨울에 예전보다 덜 식었다가 빨리 더워지며 봄꽃이 피는 시기도 빨라졌다. 꽃이 빨리 피었다가 지니 곤충들도 활동시기를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러니 벚나무류에 속하는 매실나무, 살구나무, 복사나무, 벚나무 꽃이 한꺼번에 피는 것을 보고 헷갈려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집 부근에 있는 살구나무 꽃은 대체로 매화가 피고 한 달 정도 뒤에 피었는데, 올해는 그 개화 간격이 줄어들었다. 매화와 살구꽃을 살펴보면, 매화는 꽃대가 거의 없이 피고 꽃받침도 꽃대에 붙는다. 그래서 매실은 가지에 붙어서 열린다. 매화 꽃받침조각은 붉은색도 있고 녹색도 있다. 살구나무는 꽃받침을 뒤로 젖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꽃이 지면 열매가 달리며 금세 굵어진다. 열매꼭지 주변이 매끄러우면 매실이고 살구는 주름이 살짝 있다. 매실나무는 어린 가지가 초록색이며 가시처럼 된다. 과육은 매실이 난상 타원형으로 씨앗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데 비해, 살구는 씨앗이 납작한 구형이고 날개가 있으며 과육이 잘 떨어진다. 겨울눈은 모두 난형인데 매실나무는 끝이 뾰족하고 살구나무는 여러 개의 비늘조각에 싸여 있다.     

 

매실나무와 살구나무는 사촌지간인 나무로 비슷하게 생겼으면서도 다른 나무다. 매실나무가 선비의 서재 앞에 자리 잡은 나무라면 살구나무는 서민의 집 뒤꼍에서 볼 수 있다. 매화향은 봄빛을 부르는 손짓이요, 군자의 지조에 비유하며 운치와 격조 있는 꽃이라 하였다. 희귀함과 늙음과 수척함을 귀하게 여겼다. 매화는 매서운 추위를 지나 겨울 먼 길을 찾아온 꽃이다. 살구꽃도 봄을 상징하는 꽃이다. '살구꽃이 피면 백곡(百穀)을 심는다' 하여 봄에 파종 시기를 알리는 꽃이었다. 살구나무를 심어 가난한 사람을 인술로 구한 행림(杏林)의 나무요, 청명(淸明)에 내리는 봄비(杏花雨) 같은 나무다. 

 

살구나무는 고운 빛깔로 익어 나무 아래로 입을 벌리고(杏) 있는 모양이다. 매실나무(梅)는 옛글자가 매(呆)로 나무 위에 열매를 달고 있는데, 살구나무와 구별하기 위해 杏(행)을 거꾸로 썼다. 매실나무는〈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매실나무이고, 옛 문헌이나 우리 일상생활에서 익숙한 이름은 매화나무다. 매화는 은은한 향기의 꽃이요 살구꽃은 따사로운 온기의 꽃이다. 봄이 오면 꽃세상이요, 꽃 한송이 피고 지는 동안 삶이 저문다. 우리는 사는 동안 무엇을 해야하는가.  

 

 

 

매실나무

 

매실나무 (3.31)

 

매실나무 (4.22)

 

매실나무 (5.29)

 

 

매실나무 겨울눈 (2.22)

 

매실나무 줄기

 

살구(좌) 와 매실(우) (5.11)

 

매실나무 씨앗

 

 

살구나무

 

살구나무 (4.7)

 

살구나무 (5.3)

 

살구나무 (7.3)

 

살구나무 겨울눈 (2.24)

 

살구나무 (3.31)

 

살구나무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