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야산 계곡
여름이 남아 있는 계곡길 걷기
큰골 주자창 - 큰골 - 운곡암 - 절골 - 큰골 - 큰골주차장
(이동거리 5㎞. 2023.8.21. 맑음. 24~32℃)
화야산 큰골 아스팔트길 한 곳이 빗물에 밀려 가다가 길 끄트머리에 걸려 있다. 7월에는 지각장마가 있었는데 중순에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굵직하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를 작달비라 하고, 매우 굵고 줄기차게 쏟아지는 비를 작살비라 한다. 아스팔트가 뭉터기로 이동한 것을 보니 작살비가 왔을 듯하다. 자연이 몸을 씻기 위해서 큰비를 내린다는데, 자연은 씻을 곳이 많다.
물은 많지고 적지도 않고 산길은 빗물에 씻겨 성글어졌다. 길가에 다래가 늘어졌다. 열매가 달아서 달애가 다래가 된 것인데, 아직 덜 익었을 듯하다. 다래는 새잎이 좋은 나물이라 사람들도 따서 먹지만 벌레들도 기를 쓰고 달려든다. 다래는 수액도 많이 나는 나무다. 물이 고인 길에서 제비나비와 산제비나비가 물을 먹고 있다. 계곡에서 주로 사는 나비들이다. 산제비나비는 청록색 띠가 아름답고 풍채가 좋다. 산제비나비가 좋아하는 누리장나무가 곳곳에 있다. 산제비나비는 꽃에 적극적으로 날아들어 꽃에게는 반가운 손님이다.
화야산은 봄꽃이 많은 곳이지만, 지금은 꽃이 궁한 여름철이다. 물봉선, 영아자, 이삭여뀌, 애기탑꽃, 누리장나무, 칡이 꽃을 피우고 있다. 투구꽃은 이제 꽃봉오리가 보일 듯 말 듯하고, 큰까치수염, 큰뱀무, 배풍등은 꽃이 지고 한창 열매를 키우고 있다. 배풍등 열매는 빨갛게 익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초록색이다. 과즙이 있는 열매를 보면 먹을 수 있는 것인가 늘 궁금하다. 배풍등 열매는 맛이 몹시 쓰다. 계곡가에 자라는 소태나무 잎을 뜯어 씹으며 쓴맛을 보았다. 노자(老子)는 맛이 없음을 맛있게(味無味) 여겼다. 음식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것이 노자의 장수 원인이었다. 계곡물은 최근에는 비가 없었는지 줄었다. 계곡물은 시원하였고 햇볕은 따뜻하였다. 따가운 햇볕은 지나간 것 같다. 신선이란 욕망을 버리고 마음을 평화롭게 가진 사람인데, 계곡물에 잠시 잠겨 잠시 신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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