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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안동 탐방

봉정사(鳳停寺) / 최고(最古) 목조건물, 세계문화유산

향곡[鄕谷] 2024. 2. 25. 15:51

봉정사(鳳停寺) 4

최고(最古) 목조건물, 세계문화유산

 

경북 안동시 서후면 (2024.2.18)

 

 

봉정사로 가는 시티투어 버스 뒷면에 '왔니껴"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온다. '오셨습니까'란 뜻인 니껴형의 안동말이다. 투박하게 툭 던지듯 무심한 듯하면서 나름의 인정이 배어있는 말투다. 버스는 팔도성주의 본향 제비원을 지나친다. 공식 명칭은 '안동 이천동(泥川洞) 석불'인데, 제비원 미륵불로 통한다. 지나며 힐끗 봐도 부드러운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르는 불상이다. 저전동(苧田洞)을 돌아 봉정사가 있는 길로 들어섰다. 이곳 할배 할매들은 저전동을 모시밭이라 부른다. 한자 표기를 두고 한글로 부르는 지명이 마음을 끈다. 모시밭골을 지나면 천등산 봉정사(天燈山 鳳停寺)이다.

 

봉정사는 앉은 지세가 봉황이 머물러 앉은 듯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만세루 아래를 지나 절집 마당으로 들어서면 대웅전 앞에는 석탑이 없어 훤하다. 극락전, 대웅전, 화엄강당, 고금당은 모두 국가지정 문화재로, 목조건축의 보고다. 극락전은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지만 대웅전도 비슷한 시기에 건축한 것으로 추정한다. 가람배치는 정연하고 아름답다. 1년 전에는 공사 중이어서 가림막으로 둘러놓았더니 공사가 끝났다.

 

극락전 기둥은 배흘림인데 엮은 구조는 간결하고 안정감이 있다. 건물 내부도 단순하여 군더더기가 없다. 간결한 극락전을 보고 영국여왕도 감탄했다고 한다. 극락전은 극락세계를 주재하는 아미타불이 중심으로 극락세계를 축소한 곳이다. 어떤 절에서는 격을 높여 극락보전이라고도 한다. 아미타불은 무한한 수명을 가지고 즐거움을 누리는 세계로 이끄는 부처로 무량수불(無量壽佛)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영주 부석사의 경우처럼 극락전을 무량수전이란 현판을 걸고 있는 데도 있다. 

 

봉정사 동쪽 언덕 위에는 부속암자 영산암이 있다. 영화 '동쪽으로 간 까닭은?'을 촬영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누마루 우화루(雨花樓) 아래로 들면 절집은 이마를 맞댈 듯 비좁게 자리 잡고 있다. 건너편에 앉아도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듯하다. 절을 나와 일주문에서 천등산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개목사로 갔다. 1㎞ 거리 좌우는 소나무와 진달래 터널이다. 이 지방에 앞을 보지 못한 사람이 많았는데, 절을 세워 기도한 후로 눈을 뜨게 되었다는 연유로 개목사(開目寺)라 이름 지었다. 중생은 번뇌와 망상의 구름에 가려서 눈을 뜨고서도 보지 못한다고 한다. 마음의 눈을 뜨라는 말이리라.

 

 

   

 

만세루

 

 

만세루 기둥

 

 

대웅전

 

 

화엄강당

 

 

화엄강당

 

 

극락전

 

 

고금당

 

 

영산암 가는길

 

 

영산암 우화루

 

 

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