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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안동 탐방

안동 선비순례길 1. 오천유적지 ~ 월천서당 ~ 동부리

향곡[鄕谷] 2022. 11. 19. 22:09

안동 선비순례길 1. 오천유적지 ~ 월천서당 ~ 동부리

1코스 선성현길(오천유적지~월천서당), 2코스 도산서원길 일부 (월천서당~동부리)

 

오천유적지 - 역동선생 유허비 - 예안교 -보광사 - 선성현 문화단지 - 선성수상길 - 한국문화테마파크 -월천서당 - 안동호반 자연휴양림 - 동부리

이동거리 17.2㎞. 이동시간 5:46. 휴식시간 0:12. 계 5:58 (2022.11.16. 맑음. 1.0~14.0℃)

 

 

 

 

 

 

안동은 넓기도 하지만 갈 곳도 많다. 9개 구간 모두 91㎞를 걷는 선비순례길이 있다. 1구간 선성현길로 가기 위해 오천 1리 버스정거장에서 내리니 짙은 안개가 앞을 가린다. 2개 댐이 생긴 후 생긴 현상이다. 마을로 흐르는 내(川)에 돌이 검게 보여 오천(烏川)인데, 안개에 가려 그것은 볼 수도 없다. 진행방향으로 3분 정도 걸으면 군자마을 마을 표석이 보인다. 광산 김 씨 예안파의 600년 세거지가 수몰되어 옮긴 곳이 이곳이다. 조선시대 안동부사였던 정구가 이 마을에서 당대의 도학 군자들이 여럿 나오자 이 마을에는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한 군자마을이다. 수몰되기 전에 도산구곡 제1곡(운암곡)이 군자마을인데, 옮기고도 여전히 깊은 맛이 있는 마을이다. 마을에 가면 아름다운 고택과 수많은 고문서 보물이 있지만, 이 마을에서 나온 최고의 문화유산은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생각한다. 이 집 사위가 궁하여 장인 몰래 빼내어 간송 전형필 선생한테 기와집 10채 값을 받고 팔았다. 그래서 세상에 나왔던 것이다. 

 

짙은  안개 속에 나무와 풀은 실루엣으로 서 있고, 두해살이풀은 뿌리잎을 땅에 바짝 붙여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군자마을을 지나서 예안교 못 미쳐 역동(易東) 선생 유허비가 있다. ' 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 가시 들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 하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등학교 때 배운 역동 우탁(禹倬) 선생이 지은 탄로가(嘆老歌)이다. 나이 들면 새삼 몸으로 느끼게 되는 시가이다. 역동선생이 고려말 감찰하는 자리에 있을 때, 충선왕이 부왕 후궁과 가까이 하자 백의에 거적을 두르고서 도끼를 들고 궁궐에 가서 극간하자 왕이 부끄러워하였다는 것이다. 역동은 그 뒤 벼슬을 버리고 향리인 예안에 은거하여 후학들에게 주역을 가르쳤다. 호처럼 그는 역경을 꿰뚫었고 성리학에 능통하였다. 유허비는 인물의 자취를 기념하는 비인데, 이곳 유허비는 역동선생 옛 집터를 기념하고 있다. 묘소는 예안에 그대로 있지만, 역동서원은 수몰이 되어 안동대학교로, 유허비는 선양리에서 이곳 오천리로 옮겼다.   

 

유허비를 지나 예안교를 건너면 다시 산길로 걸어 서부 선착장을 지나서 간다. 길은 대부분 데크로 되어 있어 흙을 밟는 맛이 적다. 배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라 도선료가 300원이다. 선성현 문화단지가 있는 곳인 선성현은 고려 때 지명이며, 지금은 도산면 서부리로 예안 수몰민들이 집단 이주해 온 곳이다. 예안향교가 언덕에 있고, 뒤에 예끼 마을을 조성하였다. '예술에 끼가 있는 마을'을 줄인 것이다. 선성현 문화단지를 지나면 부교를 건너는 수상길이다. 이곳에 1909년 개교한 예안 국민학교가 있었는데, 수몰이 되어 옮기고 그 자리에 풍금과 교가 악보가 있다. 학교는 옮겼지만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폐교하였다. 수상길을 건너서 산상 호수인 안동호를 옆에 끼고 데크 숲길로 십여 리를 가면 동부선착장이 있고, 넓은 호반 옆에 월천(月川)서당이 있다. 월천서당은 월천 조목이 후진을 위해 세운 서당이다. 선생은 퇴계 제자로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집하고 동생과 두 아들도 전쟁에 참가하였다. 나라가 위기에 빠졌을 때 앞장섰던 분이었다.

 

그가 나라를 사랑하듯 사랑하는 마을이름(달내.月川)을 호로 삼았다. 월천서당 현판은 퇴계가 썼다. 또 다른 현판 글씨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 서당 마루에 '是齋(시재)'는 '날마다 바르게 사는 집' 이요, '謙齋(겸재)'는 '겸손하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뜻이다. 선비들은 교훈이 되는 글을 집 안팎에 붙이고서 스스로 삼가고 신중하였다. 선현의 가르침을 길에서 또 배운다. 월천서당은 선비순례길 1코스 종점이자 퇴계종택으로 가는 2코스 시작점이다. 월천서당과 겸재정 사이로 난 길로 다음 코스를 시작한다. 산수유 숲 옆으로 호반이 있고 멀리 청량산이 보인다. 산길은 호반 휴양림까지 이어지고 데크 위에 쌓인 나뭇잎을 밟으며 십여 리를 오르락내리락 간다. 예전엔 바로 옆 물길을 따라 양조장 배를 얻어 타고 도산서원까지 간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배는 없으니 참으로 옛날 얘기다. 동부리에서 국도로 나와 하루 발걸음을 마쳤다. 산길은 데크가 너무 많아 흙을 밟는 맛이 적어서 아쉽고, 길이 바뀌는 곳에서 안내가 조금은 부족한 점이 있었다. 그래도 이만큼 이야기가 풍부한 길도 드물다. 

 

 

* 교통편

(갈 때) 북문시장에서 8:30 (안동역 8:15출발) 도산서원 가는 급행 3번 버스 이용, 25분 후 오천 1리 하차

(올 때) 동부리에서 나와 안동 방면으로 5분 걸으면 이일영공중위상 정거장에서 급행 3번 버스 (15:15) 이용

-- 512번 버스도 있으나 모두 배차 간격이 크다 (버스 시간표 문의 : 경안여객 054-821-4071)

 

※ 길 안내

① 오천 1리에서 하차 후 진행방향으로 3분 걸어서 나타나는 군자마을 표석에서 안쪽으로 들어간다

② 오천리 마을회관으로 들어가지만 다시 도로로 나와야 하는 길이다

③ 예안교를 지나면 나타나는 보트장 쪽으로 가지 않고 도로 방향으로 직진한다

④ 월천서당에서 겸재정 뒤로 난 시멘트길이 2코스 퇴계종택 방향이다.

⑤ 호반자연휴양림 힐링타운 큰길을 서쪽으로 2㎞ 내려가면 국도, 거기서 안동방향 5분 걸어가면 이일영공군중위상 정거장이 있다.

 

 

순례길 시작점인 오천유적지 군자마을 표석

 

 

선비순례길 안내도

 

안개가 짙은 길

 

 

역동선생 유허비

 

 

선비순례길 1코스는 대부분 데크로 걷는 길이다

 

 

선성 수상길

 

 

선성 수상길은 1.1㎞인 부표다리를 걷는 길이다

 

 

 

선성수상길이 있는 이곳은 예안국민학교 수몰지였다.

 

 

건너편 지역은 안동호로 섬 아닌 섬이 되었다

 

 

호반 옆으로 난 데크를 따라 걷는 순례길

 

 

월천서당

 

 

퇴계 선생이 쓴 월천서당 현판

 

 

 

겸재정

 

 

월천서당 앞 풍경

 

 

선비순례길 2코스 퇴계종택으로 가는 시작점

 

 

호반 너머 산 너머 멀리 청량산이 보인다

 

 

 

산길은 데크를 따라 오르락내리락 걷는다

 

 

예안군으로 봉한 예안 이씨 시조 신도비

 

 

이일영 공군중위상. 625전쟁 때 산화한 이곳 출신 전투비행사를 기리는 흉상이다. 동부리를 나오면 버스정거장이 이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