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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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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에서 봉암성으로 / 산에서 봄은 발걸음이 늦다

향곡[鄕谷] 2024. 4. 2. 22:38

남한산성 25

 

남한산성에서 봉암성으로

산에서 봄은 발걸음이 늦다 

 

중앙주차장 - 남 2 옹성 - 수구문 - 동문 - 동장대 - 남한산 - 봉암성 암문 - 은고개(샘밭)

이동거리 9㎞. 이동시간 3:21. 휴식시간 0:34. 계 3:55 (2024.4.2. 맑음. 8~22℃)

 

 

 

 

 

춘분이 지나 청명이 다 되어 오는데 산에서 봄은 발걸음이 늦다. 산에 오르니 귀룽나무만 초록으로 산빛을 밝히고, 조팝나무도 약간 흉내를 낼 뿐 다른 나무들은 묵묵부답이다. 봄은 아래로부터 온다. 산 아래는 진달래가 활짝 피었는데, 중턱 위에 진달래는 꽃봉오리 끄트머리만 붉다. 척박한 곳에서 사는 진달래는 그래도 성질이 급한 나무다. 진달래는 오래 사는 나무이기도 하다. 늙어서도 꽃이 피는 나무가 진달래이다. 

 

남한산성 남쪽 성밖을 걸었다. 나무는 키가 제법 커서 호위를 받으며 가는 곳이다. 3월 초순이 지나면 이곳으로 청노루귀와 앉은부채를 보러 나섰는데, 올해는 일이 있어 늦었다. 앉은부채는 잎보다 방망이 모양 꽃차례가 먼저 피는데, 벌써 잎이 다 나고 없다. 청노루귀 몇 송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노루귀는 꽃받침 조각이 꽃잎 모양을 하면서 그 역할을 하여 꽃을 보호하고 곤충을 유인한다. 꽃이 지면 잎에 솜털이 가득하여 노루의 귀를 닮아 노루귀라 하는데, 그것 또한 볼만하다. 

 

동문에서 동장대로 오르는 산길은 참나무류와 서어나무가 열병을 섰다. 간벌을 하고 넘어진 나무도 숲에 많다. 처음으로 동문(우익문)을 열어놓았다. 봉암성도 일부분 공사를 끝내고 개방하였다. 공사를 하면서 암문 내려서는 동쪽에 백부자가 자라는 곳을 다 없애버렸다. 귀한 미나리아재비과 식물인데, 공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잡초로만 보였을 것이다. 그래도 표지판이 서너 개 있었는데 관심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냥 다 없앴으니 표지판을 둘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성밖에서 점심을 먹는데 까마귀가 와서 기다린다. 검은 새란 뜻인 까마귀가 나무로 위장을 하니 더 검다. 깍 깍 울면서 내가 왔으니 남겨 놓고 가라는 모양이다. 한 덩어리 남겨 두었다. 울 때마다 꼬리가 갈라진다. 반포지효(反哺之孝)라고 까마귀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고사는 생태 문헌이나 자료에 그런 습관은 없다고 한다. 다만 먼저 난 새끼가 부모를 도와 나중 난 새끼를 돌보거나, 번식 중인 개체를 도와 번식하지 않는 개체에게 먹이를 도와주는 활동은 관찰할 수 있다. 사람이 자리를 뜨면 귀신같이 나타나서 사람이 있던 자리를 돌아본다. 멀리서 지켜보니 경계를 하며 한참을 가까이 가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내가 그 자리를 피하였다.

 

은고개로 내려오는 하산 길은 순하나 마지막에는 길 찾기가 어지럽다. 사람들이 안 다닌 탓이다. 낯선 길에서는 느낌이란 상당히 확률이 높다는 것을 배운다. 가끔은 길을 막아 그것이 틀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맞는 일이 더 많다. 경험에 의한 길 찾기 때문이다. 경험은 사람 사는 데나 길에서 중요한 일이고 말고다.    

 

※ 교통편

(갈 때) 산성역 2번 출구에서 9번 버스를 타고 남한산성 중앙주차장 하차

(올 때) 샘밭에서 13-2 버스 승차 후 산곡초등 하차, 산곡초등에서 30-3 버스를 타고 하남검단산역 하차. 전철 이용

 

    

귀룽나무가 있는 산길

 

 

남한산성 남쪽 성벽

 

 

청노루귀

 

 

청노루귀

 

 

앉은부채

 

 

현호색

 

 

동문(좌익문)

 

 

동장대에서 보는 봉암성

 

 

남한산 정상 부근 봉암성

 

 

남한산 정상

 

 

엄미리(은고개) 가는 암문

 

 

봉암성

 

 

봉암성 15암문 부근 바깥

 

 

까마귀가 기다리는 곳

 

 

진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