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산(佛起山. 600.7)
원시 산경 거친 산림 그대로
경기도 가평군
상천역 - 자갈골 - 최골 갈림길 - 수리재 갈림길(550) - 불기산 정상 - 빗고개
이동거리 7.6㎞. 이동시간 4:26. 휴식시간 1:38. 계 6:04 (2024.3.15. 5~15℃)
불기산은 명지산에서 연인산, 매봉을 거쳐 호명산까지 이어지는 명지지맥에 있는 산이다. 경춘선 상천역에서 내리면 남쪽으로 주발봉과 호명산이 있고, 북쪽으로는 대금산과 불기산이 있다. 마을 주민에게 불기산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중감천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서 왼쪽에 산으로 오르는 골짜기가 있다고 하였다. 가평군 산행 안내지도에는 수리재, 두밀리, 초옥동, 빗고개에서 오르는 길은 있으나, 자갈골 길은 표시하지 않았다(일반 산행지도에는 있다). 주민은 그 길을 가르쳐 주었고 우리는 그 고샅으로 들었다.
바람이 불었지만 날이 차지는 않았다. 헝클어진 다래줄기가 나무를 옹골차게 붙들고 있고, 나무가 벗어나기는 어려운 지경이다. 다래에게는 생명줄이나 나무에게는 파멸의 가위누르기이다. 산길에는 이따금 투구꽃 싹이 보이고, 생강나무 꽃망울이 쌀알만큼 나와 있다. 어찌 때를 놓치지 않고 꽃망울을 여는 것일까? 희미한 산길을 따라 능선에 오르니 경사가 급해졌다. 편평한 양지쪽에 노루가 밟고 간 발자국이 보인다. 이 빈약한 산골에 무얼 먹고 살아가고 있을꼬. 점점 원시 산경에 빠져들었다. 나무들은 거친 산림 그대로 흐트러진 모습이 얼기설기 이어졌다.
바위능선을 지나고 산을 하나 넘으니 경사는 급해지고, 하나를 내려가니 또 다른 경사가 기다리고 있다. 큰 산봉이 갑자기 앞을 가로막았다. 넓은 하늘을 다 막고 있을 정도로 높다. 부처님처럼 솟아오른 산이라 불기산(佛起山)이라 얻은 이름은 이 봉우리를 보고 지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였다. 산 아래서는 이 높은 산봉은 보이지 않았다. 큰 나무들이 줄을 서서 키를 높이고, 소나무는 늘 그렇듯 바위 위에 걸터앉아 위용을 보인다. 오름은 역시 힘이 든다. 낙엽이 발목을 덮어 올라서기가 만만찮다.
수리재 갈림길에 올라서니 벼랑은 더 높고 등마루 조망은 더 넓어졌다. 수리재 북쪽은 가평에서도 오지인 두밀리이다. 두밀은 두메란 말이 있다. 몇십 굽이 물을 건너 들어설 정도로 오지이다. 정상에서 초옥동으로 내려서는 길은 거리와 경사가 있어 멀다. 빗고개로 내려섰다. 빗고개는 높은 언덕을 빗겨 넘는 고개란 의미인 비탈고개이다. 빗고개를 넘으면 주발봉이요, 주발봉을 지나 호명산은 한강에 발을 담근다. 빗고개에서 상천역까지 걷기에는 한참 걸린다. 한참이란 역참과 역참 사이 거리인데 시간의 개념으로 바뀐 말이다. 걸어온 수고에 비해 걸어갈 걸음이 그렇다.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려서니 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 교통편
1) 갈 때 : 경춘선 상봉역 승차, 상천역 하차
2) 올 때 : 빗고개에서 청평행 17:25 버스 승차, 상천역앞 하차. 경춘선 열차 이용 상봉역 하차
※ 산행 안내
1) 가평에서 버스를 타고 빗고개 또는 초옥동에서 내려서 오르거나
2) 가평에서 두밀리 종점에 가서 수리재로 오르거나
3) 상천역에서 초옥동으로 걸어가서 오르거나
4) 청평에서 수리재 종점으로 가서 수리재로 올라서 네 군데 중 하나로 내려오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다.
5) 우리가 오른 자갈골 코스는 안내도에는 없고, 불기산 정상에서 가장 멀고 힘든 산길이다.
(상천역앞 청평방면 버스정거장에서 서쪽(청평 쪽)으로 100여 m 가면 산으로 오르는 골짜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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