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27
위례오솔길
들꽃화원이 있는 호젓한 산길
남위례 - 옥천약수터 - 웃논골 - 위례계곡 - 옛 골프장 - 전망데크 - 옥천약수터 - 대원사 - 남위례
이동거리 7.4㎞. 이동시간 3:28 ( 2024.4.27. 맑음. 11.5~26.2℃)
남위례에서 남한산성 오르는 길 옆으로 위례계곡을 돌아오는 오솔길이 있다. 나는 그 길을 위례오솔길이라 이름 붙였다. 길은 오르내림이 적어 힘들지 않다. 위례계곡으로 들어서는 길 끄트머리는 사람들이 거의 안 다녀 희미하지만 들꽃화원이 있어서 좋다. 산길 초입에 물푸레나무숲과 옥천약수터를 지나면 가래나무가 있다. 열매가 가래를 닮아 가래나무인데, 수꽃은 늘어졌고 암꽃은 보이지 않는다. 열매가 나오기에는 아직은 이른 모양이다.
곤충들은 냉혈동물이어서 밝고 따뜻한 곳을 좋아한다. 애벌레들이 나뭇잎에 붙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지구상에 사는 식물은 30만 종이고 동물은 150만으로 추정한다. 그중에 곤충은 100만 종이다. 곤충은 나비나 나방, 여러 벌레로 성충이 된다. 많은 곤충 중에서 채식을 하는 곤충이 30만 종 이상이다. 곤충은 무언가 먹어야 살아가는데 이 계절은 먹이 식물이 많다. 4월은 잎이 새로 날 때여서 알에서 나온 애벌레가 먹기에 좋은 계절이다.
식물에는 곤충을 막는 화학물질이 있는데도 곤충은 식물을 먹는다. 먹으면서 내성을 키우며 적응한다. 독한 식물은 냄새로 파악을 하여 피하기도 한다. 곤충이 독성 식물에 다 적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러니 특정 식물을 정해 놓고 먹는 것은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한 과정이었다. 신갈나무에도 여지없이 애벌레들이 붙어 있다. 이 산에는 신갈나무, 노린재나무, 개암나무, 벚나무, 산사나무에 애벌레가 많다. 제비나비나 호랑나비가 찾아오는 산초나무에는 애벌레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전 세계 수확량 1/3이 곤충에 의해 소멸한다. 그러나 식물은 자신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만들어서 살아간다. 농부가 동물이 먹을 것까지 감안하여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생각난다.
애벌레가 몸을 구부려 나뭇잎에서 옮겨 다닌다. 애벌레가 윗 잎에 있다가 아래로 떨어지며 다른 나뭇잎을 붙잡는다. 움직임이 거의 없을 듯해도 아래위로 옮겨 다닌다. 장갑에 붙은 애벌레 한쪽을 튕기니 다른 쪽으로 잽싸게 달라붙는다. 동작이 그렇게 날랠 수가 없다. 어떤 애벌레는 줄을 타고 옷이나 목덜미로 내려왔다. 예전에 가거도 독실산에 갔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거머리가 몸속에 몇 마리 들어와 피를 빨아 내 몸을 벌겋게 했던 기억이 났다. 굼벵이도 기는 재주가 있고, 애벌레도 살아가는 요령이 있다.
산길에는 지난주와 다른 풀꽃이 피었다. 세잎양지꽃이 뭉쳐서 피었고, 콩제비꽃이 많고, 미나리아재비도 있다. 큰애기나리도 듬뿍 피었다. 애기나리와 달리 큰애기나리는 줄기가 벌어지며 크게 자란다. 하산 끄트머리에서 오동나무 꽃이 반긴다. 오동나무는 가을에 가장 먼저 잎을 거둔다고 낙엽 한 장으로 가을을 알린다는 나무다. '친정으로 갈 땐 오동나무, 시집으로 갈 땐 느릅나무'란 말이 있다. 친정으로 갈 땐 빨리 가고 싶고, 시집에 돌아갈 땐 늦게 가고 싶다는 말이다. 그만큼 시집간 여인들의 심정을 나타낸 말이다. 오동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오동나무 꽃향기가 향긋하다. 다섯 갈래로 갈라져 트럼펫처럼 생긴 연보라색 꽃잎이 향기로운 꽃향기를 뿜뿜 내뿜는다. 그 향기가 좋아서 더 머물고 싶은 산길이다.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호젓한 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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