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탄고도 1330 〈5길〉
구름 속을 걷는 고원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하이원리조트 - 고원숲길 1 - 화절령 - 운탄고도 1330. 5길 - 만항재
이동거리 20.7㎞. 이동시간 6:12. 휴식시간 1:06. 계 7:18 (2024.10.1. 흐린 후 가끔 비. 15~21℃)
운탄고도 1330은 영월, 정선, 태백, 삼척 폐광지역을 연결하여 걷는 트레킹 길이다. 9개 길 거리는 173.2㎞로 평균 거리는 19.2㎞이다. 1길 영월 청령포에서 6길 삼척 황지교까지 112㎞는 개통하였고, 7길 삼척 황지교에서 9길 삼척 소망의 탑까지 61㎞는 개통 전이다. 1330을 붙인 것은 고도가 가장 높은 만항재 고도 1330을 상징하고 있다. 가장 낮은 곳은 삼척 해변으로 3m이다. 운탄고도 5길은 정선 사북에 있는 화절령에서 정선과 영월, 태백이 만나는 만항재까지 15.5㎞로 해발 기준으로 가장 높은 구간이다. 차가 갈 수 있는 만항재에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인데, 하이원리조트에 숙소를 정하여서 거기서 출발하였다.
긴 더위 날씨는 순식간에 변심하여 갑자기 서늘해졌다. 길가에 풀들은 저마다 열매를 맺고 있다. 늦게까지 남은 꽃들은 둥근이질풀, 투구꽃과 과남풀이고 쑥부쟁이이다. 화절령은 꽃꺼끼재라 한다. 진달래가 피는 봄날에 동네 부녀자들이 꽃을 꺾으러 올라온 고개라 꽃꺼끼재인데, 한자로 바꾸어 화절령(花折嶺)이 되었다. 꽃을 꺾어 허기를 달랬다는 얘기도 전한다. 이곳서 동으로 16㎞ 가면 만항재이고, 서로 8㎞ 가면 두위봉이다. 조금씩 비를 뿌리고 구름이 차츰 짙어진다. 조금만 떨어져 걸어도 사람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요즈음 산행을 계속 구름 속에서 한다고 하였더니, 친구왈 신선이 되려 하니 그런 모양이란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도롱이연못이 있다. 탄광갱도가 지반 침하로 생긴 연못이다. 도롱뇽이 사는 생태 연못으로 바뀌었다. 여기까지 자전거를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있다. 이어 1177 갱도가 나타난다. 민영탄광으로 최대 생산량을 이룬 동원탄좌 사북광업소가 개발하였던 최초 갱도이다. 여행자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는 10m뿐이지만 그것만도 가슴이 서늘하다. 청동모형으로 만든 광부가 도시락을 들고 서 있다. 도시락 하나 들고 막장으로 들어간 광부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1000m나 되는 고산들이 늘어서 바깥 경치가 절경인 곳인데 구름이 물러날 줄 모른다. 구름이 밀려오며 세상과 더 멀어진다. 하늘과 땅은 아름다움을 쉽게 펼쳐 보이지 않는다. 나무는 구름 속에서 잠시 만날 뿐이고 꽃은 운무화(雲霧花)가 되었다. 운탄고도(運炭高道)는 그 옛날 석탄을 운반하던 길이었다. 만항재에서 40㎞ 떨어진 신동읍 함백역(폐역)까지 석탄을 날랐다. 매캐한 석탄가루 대신 지금은 맑은 바람이 넘나 든다. 그야말로 구름(雲)을 타고 걷는 운탄고도가 되었다. 넓은 하늘 숲길은 가파른 구간은 없고 길게 느껴질 정도로 평탄하다. 이정표가 적고 띄엄띄엄 세워 놓은 안내봉에 적은 숫자로 짐작하며 걷는다. 풍력발전기가 있는 곳이 마지막 오름으로 힘을 내어 오른다. 인간의 힘은 원하는 만큼 강해진다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날은 어둑해지며 만항재에도 땅거미가 지고 있다.
'걸어서 보는 세상 > 전국 걷기 좋은 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남누비길 2-3. 영장산길 / 갈잎을 밟고 걷는 오솔길 (0) | 2024.11.03 |
---|---|
성남누비길 2-2. 검단산길 / 남한산성 남문~갈마치고개 (1) | 2024.10.12 |
위례오솔길 / 들꽃화원이 있는 호젓한 산길 (0) | 2024.04.28 |
성남누비길 2-1. 남한산성길 / 복정에서 남한산성으로 (0) | 2024.02.29 |
국립제천치유의숲 / 금수산 자락에 있는 숲길 (0) | 2023.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