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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한 바퀴 / 꽃 핀 봄날 산길은 향긋하다

향곡[鄕谷] 2024. 4. 30. 13:22

남한산성 한 바퀴

꽃 핀 봄날 산길은 향긋하다

 

남위례 - 불망비 - 남문 - 동문 - 동장대 - 북문 - 서문 - 남문 - 남한산성 종로 

이동거리 12.0㎞. 이동시간 5:06. 휴식시간 0:57. 계 6:03 (2024.4.29. 맑음)

 

 

 

 

 

기온이 올라가고 일교차도 커졌다. 나갈 때 옷차림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식물도 그와 다르지 않을 듯하다. 꽃 핀 봄날 산길은 향긋하다. 남위례 산길 초입에 꽃나무들은 작년보다 개화가 일주일 정도 빠르다. 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그렇고, 팥배나무·세로티나벚나무·아까시나무 꽃이 하얗게 피었다. 유년시절에 집 뒤에 아까시나무는 5월이 되어야 피는 나무였다. 아까시나무는 구한말 1880년대 도입한 나무라 이제 제법 산마다 아까시나무 거목이 보인다. 

 

남한산성 남문인 지화문(至和門)에 들어섰다. 남한산성은 통일신라시대에 쌓은 주장성 성돌을 활용하여 조선 인조 2년(1624년)에 피난처로 쓰기 위해 쌓았다. 올해가 축성 400년이다. 피난이라 하지만 준비 없이 들어가서 한겨울 47일을 지내고 나온 성이다. 그들은 성안에서 봄을 만나지 못하고 나왔다. 피난살이 사람들의 글에는 전쟁의 참혹과 겨울만 있었다. 겨울을 이겨낸 자에게 봄은 있고, 겨울을 이겨낸 나무에게 봄이 있다.

 

성밖 귀룽나무 꽃이 다 지고 성안 팥배나무 꽃은 화려하다. 두 나무는 꽃 피는 시기가 다르다. 자신들의 법칙에 의해 살아가고 꽃을 피운다. 꽃을 피웠다는 것은 가지의 성장을 멈추었다는 것이다. 꽃에 집중하여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로 혼신의 힘을 다해 벌 나비를 부른다. 이즈음 4~5월에 성밖에는 각시붓꽃이 많다. 어른 한 뼘 정도 키 높이로 자라는 붓꽃이다. 확 트인 공간에서 꽃가루받이를 도와줄 벌을 기다린다. 꽃의 구조가 좀 복잡하여 곤충들이 잘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나름의 어여쁜 모습이다. 

 

성밖에 길이 있는 곳은 성밖을 걷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안쪽으로 걸었다. 남위례에서 남문까지가 4㎞이고, 성 둘레가 8㎞로 모두 12㎞이다. 한 바퀴 돌고 다시 내려서기는 벅차다. 남한산성에 가면 서울 근교에 다른 산에 비해 식물 종이 더 다양하다는 것을 느낀다. 성벽에 붙어사는 큰꿩의비름과 병아리풀은 여전하여 꽃 필 때를 기대한다. 최근에는 공사가 많고, 전과 달리 풀을 자주 베어내어  풀밭에 식물 종류가 줄어들었다. 남한산성 안팎에는 자연사도 묻혀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다. 

 

 

※ 교통편 

(갈 때) 남위례역 4번 출구에서 스토리박스 뒤편 성남누비길 입구 계단길에서 시작

(올 때) 행궁 앞에서 9번 버스 이용 산성역 하차

 

 

 

아까시나무와 세로티나벚나무

 

 

오동나무

 

 

남한산성 남문 지화문

 

 

말채나무

 

 

올괴불나무

 

 

팥배나무

 

 

각시붓꽃

 

 

장경사 부근 옹성

 

 

남한산성 주변 산

 

 

남한산성 정상 동장대에서 본 봉암성

 

 

왕담배풀이라 부르는 여우오줌

 

 

꽃 속에 든 나비

 

 

최근 개축한 북문 부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