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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작물

오신채(五辛菜) / 불가(佛家)에서 금지한 채소

향곡[鄕谷] 2024. 7. 9. 08:51

 

오신채(五辛菜) / 불가(佛家)에서 금지한 채소

달래·파·마늘·부추·무릇

 

 

달래·파·마늘·부추는 구근(알뿌리) 식물이면서 부추 속(屬)(Allium)인 같은 집안 사촌들이다. 이 알리움 집안의 특징은 알뿌리에 '알리신'이란 성분이 있어 알싸한 맛이 강한 냄새를 풍긴다. 알리신은 항균기능이 페니실린보다 엄청 강력하여 쥐나 멧돼지는 건드리지 않고 노지에서도 잘 자라며 번식한다. 이들 집안 꽃차례는 공처럼 둥근 산형화서(傘形花序)로 화려하고 예쁘다. 임금 수라상에는 늘 올랐지만 불가(佛家)에서 금하였던 채소가 '다섯 가지 매운 채소'란 뜻인 오신채(五辛菜)이다. 맵고 자극적인 맛이 나는 이 채소는 달래·파·마늘·부추·무릇이다. 

 

부추 속 채소에 매운맛을 내는 정체는 '황화알릴'인데 혈액순환을 개선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한다. 오장육부에 피가 잘 돌면 피로 해소가 되고, 면역력 강화, 노화 방지, 강장 효과로 정력에 좋다. '황화알릴'은 채소마다 진득거리는 물질이 그것인데 세균이 만드는 보호막을 파괴하는 능력이 있다. 불교 경전인 〈수능엄경〉에서 이들 채소는 몸에 열을 내어 음란한 마음을 일으켜 스스로를 다스리기 힘들게 하니 금한다고 하였다. 참선처럼 음식을 수행의 하나로 여겼다. 중국에서 처음 정한 오신채는 달래·파·마늘·부추·흥거이다. 흥거는 인도에서 나는 식물로 중국에서는 잘 나지 않는다. 그래서 무릇을 넣었으나 무릇이 보기 어려워인지 대신 양파를 넣기도 한다.  

 

오신채는 혈액순환을 도와 정력을 강화시켜 수행에 방해를 한다지만 거꾸로 스태미나 식품이라는 얘기가 된다. 고추나 생강도 맵고 강한 열성이 있는데, 그건 정도가 약하고 향도 없어 수행에 방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탁발문화가 있는 남방불교에서는 오신채를 금하고 있지 않다. 집집마다 다니며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 것이 수행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스님이 대중과 얘기 중에 냄새가 나기 때문에 금한다는 말도 있다. 이런 식물은 우유나 녹차와 함께 먹어야 냄새가 가신다. 음식에 대한 제한은 종교적인 면 외에 음식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는 사회적인 제어의 기능도 있다. 

 

 

오신채

 

달래 : 식욕을 돋우고, 몸을 따뜻하게

달래는 뿌리(비늘줄기)가 달랑달랑 매달려 있는 모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가 달래라는 부르는 것은 산달래이다. 산달래는 한국 고유종이다. 독특한 향(알리움향)이 있다. 긴 꽃자루 아래에 달린 살눈이 땅에 떨어져 번식한다. 식욕을 높이고 춘곤증과 같은 비타민 부족현상을 이기게 한다. 칼륨이 풍부하여 몸속 나트륨과 결합하여 몸 밖으로 빠지게 하여 짜게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따뜻하고 매운맛이 강하여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고 손발이 차거나 안색이 창백한 사람에게 좋다. 생으로 무치고, 고추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 된장찌개에도 넣고 부침개도 해 먹는다.  

 

달래 / 풍도 (경기도 안산. 2022.3.21)

 

 

 

파 : 향신료, 암과 노화 방지

파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풀의 일종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국을 끓이거나 양념을 넣을 때 빠지지 않는 채소이고 향신료이다. 음식에 향취를 나게 하고 비린내 나 누린내를 없애준다. 음식에 독성까지 중화시킨다. 신경 안정과 항산화작용을 하고, 암과 노화방지 성분도 풍부하다. 소화액 분비를 촉진하고 살균 살충효과가 있다. 어혈을 풀고 통증도 줄이고 지혈을 시킨다. 파는 서늘한 기운을 좋아하며 병충해가 심하지 않아 재배하기 쉬운 편이다. 텃밭에 심어두면 일 년 내내 반찬으로 쓸 수 있다. 파전과 파김치로도 잘 먹는다. 

 

파 / 충북 제천 (2008.5.17)

 

 

파밭 / 경북 안동 (2016.4.24)

 

 

 

마늘 : 항암, 혈액순환, 콜레스테롤 억제

마늘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맛이 맵다는 '맹랄'이 변하여 마랄이 되었다고 하고, '맹렬한 맛을 지닌'이란 뜻을 지닌 몽고어 만끼르에서 마니르로 변하고 마늘이 되었다는 설이 있다. 마늘은 심장에 좋으며, 항암식품으로 인정받은 향신료이다. 물질대사를 촉진하여 혈액순환을 원활케 하고, 콜레스테롤을 억제하여 혈관의 노화를 막는다. 정력을 강화하고 호르몬 조절로 성호르몬 분비와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마늘 향은 모든 부위에서 나며 모든 부위를 요리할 수 있다. 속명 알리움(Allium)은 마늘을 일컫는 고대 라틴어이다. 마늘향은 벌레들이 싫어하기 때문에 마늘이 악마를 막아준다는 속설이 생겼다. 그래서 중세 유럽 그리스도인들은 문 앞에 말린 마늘을 걸어놓았다. 

 

마늘 / 삽시도 (충남 보령. 2021.4.8)

 

마늘 / 안동장 (2022.7.2)

 

 

 

○ 부추 : 오장을 편하게, 양기를 높이고

한자명 구채(韭菜)에서 후채 (厚菜) → 부채 → 부추가 되었다. 채소 중 '추'로 끝나는 배추, 부추, 상추의 '추'는 모두 채(菜)가 변한 것이다. 정구지 또는 솔로도 부른다. 오신채 중에서 지방마다 부르는 향명이 다른 것이 부추이다. 재배 가능 면적이 넓고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부추는 오장을 편하게 하고 냉증을 몰아내며 남자의 양기를 높인다고 한다. 부추의 향은 마늘과 함께 흡수, 소화, 살균작용을 한다. 또한 암 억제 효과가 있는 항암식품이다. 한번 심으면 계속 베어 먹을 수 있다. 수확기는 봄, 가을이지만 추운 겨울을 난 봄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안 바꾼다는 말이 있다. 맛으로는 잎이 두툼한 두메부추가 으뜸이다. 산부추도 같은 집안이다.

 

부추 / 한강 잠실 (2018.8.29)

 

두메부추 / 백령도 (인천 옹진. 2022.6.16)

 

산부추 / 북한산 (2013.9.22)

 

 

 

무릇 : 피를 잘 돌게, 해독과 통증에

무룻에서 유래하며 물옷이 옛말이다. 무룻을 무릇이라 잘못 표기하여 오늘에 이른다. 무릇은 비늘줄기에서 잎과 꽃이 자란다. 무릇이란 이름도 원모양의 비늘줄기가 있고 무리 지어 꽃을 피우는 모습에서 유래했다. 무릇은 사람이 사는 근처에서 사는데, 구하기도 어렵지만 쓴맛이 강하고 요리도 어려워 식탁에서 보기 어렵다. 무릇은 피를 잘 돌게 하고, 해독하여 부종, 통증에 효능이 있어 장염, 타박상, 다리통증, 요통 등에 쓴다. 봄철에 어린잎을 데쳐서 우려내고 무쳐 먹는다. 비늘줄기를 우려내고 데쳐서 조려 먹거나 엿으로 만들어 먹는다. 다듬은 비늘줄기는 작은 마늘처럼 생겼다. 

 

무릇 / 경기도 성남 (2020.3.23)

 

무릇 / 경북 영주 (201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