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숨은벽
밤골에서 원점회귀 산행
효자2동 - 밤골 - 숨은벽능선 - 백운대 갈림길 - 밤골계곡 - 밤골 - 효자2동
이동거리 7.2㎞. 이동시간 4:46. 휴식시간 0:42. 계 5:28 (2024.8.27. 흐린 후 맑음. 24.6~30.3℃)
여름 막바지에 산길에 나뭇잎이 조금씩 떨어진다. 풀벌레 울음소리도 커졌다. 이번에는 북한산 숨은벽이다. 숨은벽은 인수봉과 백운대 사이에 숨은 듯이 자리 잡고 있어 그렇게 부른다. 북한산 북쪽에서 숨은벽을 보면 우뚝 솟은 바위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화강암으로 만든 바위 걸작품이 그렇게 숨어 있다.
매미가 가까이 가도 도망갈 줄도 모르고 요란하게 운다. 아마도 모델 출신인지 나무를 오르내리며 사진 촬영에 한참동안 응하고 있다. 매미는 나무에 딱 붙어서 우는 줄 알았더니 나무 아래위로 옮겨 다니면서 운다. 울음소리가 넓은 산골을 다 울릴 정도다. 다른 풀벌레 소리는 매미소리에 흡수되어 들리지도 않는다. 이놈은 오케스트라 협연은 어려울 듯하다.
숨은벽으로 올라가는 바위틈에서 소나무가 살고 있다. 도를 닦듯 굿굿하다. 어린 생명을 결정하는 것은 물이다. 저 틈바구니에서 물을 얻을 수 있으니 살 것이다. 바위틈에 사니 이웃 나무와 거리도 있다. 이웃 나무의 생사에 초연해질 수밖에 없다. 능선에 소나무는 죽은 나무가 더러 보인다. 바위틈보다는 나은 환경인데 목숨줄을 놓았다.
마당바위에 올라서니 사방이 터지고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 누가 오늘을 여름 막바지라 할 것인가? 한참 동안 바위봉을 감상하고 밤골계곡으로 내려왔다. 산길은 너덜이 많고 거리는 멀다. 백운대 사잇길로 올라가는 것보다 어렵다. 경험을 통하여 길에서 가르침을 얻는다. 남들이 안 간 길을 가면 그 나름의 이점은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나무들이 비집고 살고 있다. 나무가 새싹을 틔우고도 겪어야 될 일이 많다 가뭄과 홍수, 초식동물의 공격을 피하고, 굴러내려 오는 바위를 피해야 하고, 빛을 받을 수 있는 틈을 확보해야 한다. 산딸나무가 열매를 하늘로 치켜들고 있다. 새들을 기다려 후손을 만들려는 것이다. 나무는 그렇게 치열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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