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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자연의 말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향곡[鄕谷] 2024. 9. 13. 14:37

 

말속에 자연 26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

 

 

 

처서(處暑)가 지났다. 처서는 양력 8.23 경으로 더위(暑)가 차츰 물러나기(處) 시작하는 시기다. 백로(白露)도 지나 여름이 어느 정도 끝나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기온이 들기 시작한다. 아침에 가까운 산을 한 바퀴 돌면서도 확실히 달려드는 숲모기가 줄어들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이 있다. 더위가 끝나고 모기 활동이 줄어든다는 말이다. 

 

모기는 1억 7천만 년 전 공룡이 번성하던 쥐라기 때 처음 등장했다. 암컷 모기는 산란기가 되면 단백질을 보충하러 사람에게 달려든다. 처음에는 동물의 피가 주식이었는데 사람 피가 낫다는 것을 알았다. 모기는 살갗 얇은 곳을 골라 침을 바르고 그곳에 주둥이를 대면 진통도 없이 피가 빨려 들어간다. 모기 수놈은 풀즙이나 수액, 꿀을 먹고 피를 먹지는 않는다. 

 

모기는 작아서 그런지 예민하게 움직인다. 방에 들어온 모기는 지구력이 떨어져 오래는 못 날고 벽이나 천정에 붙는다. 그래서 모기향을 책꽂이 위에  놓거나 모깃불을 피우면 싫어하거나 헷갈려 날아간다. 선풍기를 틀면 맥을 못 춘다. 시력이 나빠 불을 켜면 잠시동안 벽에 꼼짝없이 붙어 있다. 모기를 없애기 위해서 모기기피제를 뿌리기도 한다. 계피나무 삶은 물을 희석하여 뿌리기도 한다. 화원에서  '모기를 몰아내는 풀' 구문초(驅蚊草) 를 사다 놓기도 한다. 로즈제라늄이란 허브식물이 구문초이다. 장미와 레몬을 섞은 듯한 향내가 나서 모기를 쫓는 것인데, 온도가 높아질수록 향이 더 나고, 퇴치 효과가 약을 뿌리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개박하와 개다래 잎을 따다가 문질러 옷이나 모자에 넣으면 모기를 막는 예방효과가 있다. 

 

모기는 건강한 사람의 이산화탄소, 체취, 체온과 땀 냄새를 맡고 온다. 모기는 보지 못하고 늘 모기에 물린 흔적만 남아 있다. 우연히 발견하여도 너무나 빨라 달아나기 일쑤다. 사람의 눈동자 움직임 보다 도망가는 행동반경이 빨라서 그렇다고 한다. 모기가 새의 피를 빨든가 하여 모기의 침샘이 바이러스에 증식된 뒤 사람을 물면 균이 사람에게 전파된다. 학질모기에서 '학질'이 말라리아이다. 말라리아(mal'aria)는 '땅 아래'란 말이다. 땅 아래에 물이 괸 곳이 학질모기가 사는 곳이다.

 

모기는 낮에 풀숲에서 잠을 자고 밤에 다니는 야행성이다. 풀숲에는 모기 천적이 있으니 박쥐, 잠자리, 파리매, 거미가 있다. 모기 유충이 장구벌레다. 장구벌레가 늘어나는 것은 도시화, 공업화, 기온상승으로 생태계가 파괴되었다는 증거다. 모기는 온도보다는 강수량이 많아지면 더 늘어난다. 태풍이나 큰비가 오면 휩쓸려가서 줄어든다. 모기는 오염된 물에서 생활한다. 모기를 잡아먹던 미꾸라지와 송사리도 줄었다. 사람이 모기가 살 환경을 자꾸 만들고 있다. 모기가 살 환경이 늘어나서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이 비뚤어진다는 말도 옛말이 되었다. 모기를 퇴치하는 방법은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숲을 보전하여야 한다.

 

 

 

모기

 

 

개다래 잎 / 연인산 (경기도 가평. 2023.8.25)

 

 

개다래 / 천마산 (경기도 남양주. 2020.6.29)

 

 

구문초 / 충남 아산 (2016.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