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仙子嶺. 1,157m) 2
대관령 넘어서 가는 대간 고개
대관령마을휴게소(832) - 송신소 - 선자령 - 바람의언덕 - 재궁골삼거리 - 양떼목장 - 대관령휴게소
이동거리 11.7㎞. 이동시간 3:59. 휴식시간 0:30. 계 4:29. (2024.9.18. 대체로 흐림. 21~25℃)
지난달 여름에 다녀온 선자령을 또 찾아갔다. 낮부터 비가 온다 하여 꼭두새벽에 묵호에서 떠났다. 대관령 고개를 오르자니 안개가 짙어 앞이 보이지 않는다. 굽이굽이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신사임당이 대관령을 넘을 때 어머니를 따르던 율곡이 곶감 한 접에서 한 개씩 빼먹었더니 한 개만 남아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라는 말이 생겼다는 곳이다. '안개 낀 날 소 찾듯 한다'는 속담처럼 앞차가 깜빡이는 미등을 보며 느릿느릿 올라갔다.
대관령마을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산을 오른다. 발아래는 안개인지 구름인지 자욱하다. 가는 길은 편안한데 아래를 보니 선 자리가 우뚝하다. 강릉지역 토박이들은 대관령을 '대굴령'이라 한다는데, 너무 험해서 대굴대굴 구르는 뜻이 있었다. 산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내려오는 사람들 대여섯팀이 있었다. 국사성황당 갈림길을 지나면서 안개가 차츰 걷히기 시작한다. 길가에 쑥부쟁이, 미역취, 투구꽃, 진범, 송이풀, 고려엉겅퀴 꽃이 일제히 말간 얼굴을 내민다.
선자령에 이르자 안개가 거의 걷혔다. 풍력발전기가 푸른 하늘 반 구름 반인 곳에 서서 돌아가는 풍경이 나타났다. 짧은 임도를 지나 다시 숲길이다. 주변 풍경은 숲에 가렸지만 숲길은 다시 꽃길이다. 각시취, 과남풀, 투구꽃이 나타나고 속새가 지천이다. 습기 있는 곳에서 자라는 상록성 양치식물인 속새는 이 골 내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형과 식물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속새 사이에서 촛대승마가 몇 포기 서 있다. 깊은 산 숲 속에서 사는 촛대승마는 곧고도 아름다워 귀티가 난다.
하산 숲길은 계곡이 이어져 물소리 합창이 그치지 않는다. 조릿대와 속새가 이어지는 산길이다. 큰 변화가 없어 오르는 길보다는 다소 지루한 길이다. 양떼목장은 철망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잠시 볼 수 있다. 고사목이 군데군데 넘어져 있다. 계곡을 따라 흩어진 죽은 나무나 가지는 또 다른 서식지를 만든다. 나무는 죽어도 세월이 흐르면 다시 땅이 되어 생명을 키운다. 미국쑥부쟁이와 달뿌리풀이 핀 들길이 산길의 끄트머리다. 하산지점은 국사당표지석에서 대관령마을휴게소 사이에 있다. 다시 날씨가 흐려지다가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폭우가 쏟아진다. 변화무쌍한 대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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