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민둥산 (1118.8)
억새가 있는 산정
강원도 정선군 남면
민둥산역 - 증산초교 - 시루봉 입구 - 발구덕 - 민둥산 - 쉼터(완경사길) - 증산초교 - 민둥산역
이동거리 10.1㎞. 이동시간 4:14. 휴식시간 1:12. 계 5:26 (2024.11.4. 맑음. 7.6~20.1℃)
민둥산은 전국에 이름난 억새 산행지 중에 하나다. 예전에는 청량리에서 밤 열차를 타고 갔던 곳이다. 지금은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열차로 내린 역은 예전에는 증산역이었다. 증산(甑山)의 증은 시루란 뜻이니 산행 초입에 있는 증산초등학교와 시루봉에 그 이름이 남아 있다. 석탄을 나르기 위해 철로를 놓아 운영하던 증산역도 석탄의 시대가 가면서 2009년 역명을 민둥산역으로 바꾸었다. 청량리에서 떠난 열차는 영월, 예미를 지나 협곡을 돌아서 민둥산역에 내렸다.
억새축제가 10월 말에 끝난 뒤라 산에 드는 사람은 적었다. 산 입구에는 경사가 있는 길과 경사가 완만한 길을 나타내는 안내문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경사가 있는 길로 가면 다시 완만한 길과 경사가 있는 길로 갈라진다. 산길 초입에 도열한 산뽕나무는 반은 초록이 시든 색으로 서 있다. 개울은 졸졸 흐르고 잎이 떨어진 산길을 한동안 계속 오른다. 산빛은 단풍을 채 보지도 못하고 짧은 기간에 깊은 가을빛으로 변하였다. 넓은 고랭지 밭이 있는 발구덕을 지나면 시계가 트이기 시작한다. 발구덕은 크고 작은 구덩이란 뜻이 있다. 그 예전 화전민터였다. 그곳까지 차가 올라올 수 있는 도로가 있다. 휴게소에서 모락모락 나는 연기가 푸근함을 준다.
발구덕을 지나 장승이 서 있는 성황당길은 경사가 길지 않고 전망대를 지나면 억새가 나타난다. 고어인 '어웍새'가 억새가 되었다. 어웍새가 '왕성하게 자라는 뿌리를 가진 풀'이란 뜻처럼 빽빽하다. 풀을 지칭하는 말은 두 가지로 잎 넓은 풀은 그냥 '풀'이고, 잎 좁은 것은 '새'이다. 억새 물억새 기름새 오리새에 그 이름이 남아 있다. 풀은 푸른색의 푸르다에, 새는 좁은 사이를 뜻하는 말에 잇닿아 있다. 억새는 조류인 으악새와 관계없다. 억세기는 하지만 형용사 '억세다'에서 온 말도 아니다. 억새에는 유리처럼 규산질이 있어 잎과 줄기가 빳빳하여 손을 베이기 쉽다.
억새 꽃은 바람에 날려가 벌써 헐거워졌다. 단풍이 들 무렵 억새꽃도 같이 피니 단풍이 끝나고 억새 구경을 갈라고 하면 늦다. 산에서 벌채를 하거나 산불이 난 자리에는 억새가 우점한다. 그래서 억새 종류는 사람이 간섭하거나 훼손시킨 장소를 좋아한다. 산지에 넓게 자리 잡은 억새는 본디 있던 것이 아니다. 예초, 방목, 산불로 인간 간섭이 일어난 초지이거나 언젠가 한번 훼손된 곳에 바람이 불어 형성한 2차 초원식생이다. 산 정상부의 억새군락은 파괴된 자연의 모습이다. 그래도 달빛 비치는 밤에 올라오면 이곳도 눈부시게 아름다우리라.
민둥산 남쪽 두위봉(1465.9)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인 1400년 된 주목나무가 있고, 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에는 지억산(1116.7)이 있다. 능선이 부드러워 걷고 싶은 산길이다. 이름이 지억(芝億)이니 아름다운 풀이 많이 있을 듯하다. 그 중간에 석회암지대에 생긴 웅덩이 모양 지형인 돌리네(Doline)가 보인다. 하나를 보니 또 다른 호기심이 생긴다.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돌리네와 억새를 모두 보면 좋을 것 같다. 정상에서 주위를 살피고 하산하였다. 햇빛에 붉나무 단풍이 더욱 붉다. 산 아래로 내려오니 은행잎이 조그만 마을을 노랗게 덮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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