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굴참나무
천연기념물 217호
참나무과 나무 중에서 잎이 길고 가는 나무가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이다. 다른 참나무과 나무 보다는 하늘로 치솟는 수형이다. 굴참나무는 나무껍질에 코르크가 발달하였고, 잎 뒤에 별모양의 털이 밀생하고 회백색이다. 반면에 상수리나무 잎 뒷면은 광택이 나는 연녹색이다. 굴참나무의 '굴'은 '골'을 가리킨다. 나무껍질에 골이 있다. 코르크 성분의 굴피는 두껍고 거칠다. 굴참나무는 참나무 중에서 가장 무겁고 단단하다. 보온성도 좋아 산중에서 지붕으로 쓴다.
전국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굴참나무는 네 군데 있다. 서울 신림동에 있는 천연기념물 굴참나무를 찾아갔다. 신림역에서 버스로 갈아타고 남강중고교 입구에서 내려서 걸었다. 천연기념물 굴참나무는 아파트와 개인주택 사이 철책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지주를 받쳐 놓았고 줄당김도 하였다. 가지가 부러져 자른 흔적도 있다.
수령은 250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고려시대 강감찬장군이 지나가다가 꽂아 놓은 지팡이가 자랐다고 썼다. 굴참나무는 맹아를 만드는 것이 다른 나무에 비해 떨어지고 둥치가 잘리면 죽는다. 원래의 나무라면 1천년일 텐데 아마도 후계목인 듯 싶다. 우리나라에 1천년 이상 된 나무는 10여 그루이다. 가장 오래된 나무는 강원도 사북 두위봉에 있는 주목으로 1400여년 된 것으로 추정한다.
굴참나무가 코르크가 발달하고 털이 밀생한 것도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다. 굴참나무는 참나무 종류 중에서 가장 건조하고 더운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건조한 도시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잘 자라는 굴참나무도 시멘트 건물이 둘러싼 이곳은 나무가 자라기 쉽지 않은 열악한 공간이다. 주택이 늘아나면서 좁혀 들어오니 굴참나무가 사는 공간이 비좁아졌다.
한쪽에는 영험한 굴참나무라 써놓고 무엇을 놓지 말라는 주의문을 빙 둘러가며 붙여 놓았는데, 주변은 잡다하고 어지럽다. 이런 비좁은 곳에서 사는 일이 나무에게는 고난이다. 춥고 건조한 곳에서 강한 굴참나무라 지금까지 살아왔다.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나 나무에게나 쉽지 않다. 서울쥐 시골쥐 이야기처럼 나무도 시골이 좋다. (202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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