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반계리와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원주 반계리와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강원도 원주시 문막면 반계리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신점리 용문사 

2024.11.2

 

 

은행은 열매 안에 씨앗이 은빛이고 모양은 살구를 닮아서 은행(은빛 은銀. 살구 행杏)이라 이름 지었다. 초등학교 들어가서 처음 만난 나무가 은행나무다. 학교에 은행나무가 있었고, 학교 교목이 은행나무고, 모자와 배지에 교표가 은행잎이었다. 은행나무 잎 모양은 오리 물갈퀴를 닮았다. 그래서 문헌에서는 압각수(오리 압鴨, 다리 각脚, 나무 수樹)라 하였다. 단풍이 들면 책갈피에 끼워 넣은 단골잎이었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공자가 제자를 가르쳐서 교단은 행단(杏壇)이라 부른다. 그래서 서원 등 유교가 성행한 지역에는 은행나무가 많다.  

 

은행나무는 암수딴그루이다. 가을이 되면 열매가 떨어져 냄새가 난다고 수나무를 심아야 한다고 한다. 종자나 묘목 외관을 보고 암수를 구별하는 방법은 없다. 20년이 지나 열매가 열리는 것을 봐야 알 수 있다. 할아버지대에 심으면 손자대에 가서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공손수(公孫壽)이다.  암나무가 필요하면 암나무 가지를 꺾어 땅에 꽂으면 뿌리가 내려 암나무가 되는 것이다. 암꽃은 손가락 한 마디쯤 자라는 볼록 도드라진 녹색꽃이고, 수꽃은 작은 녹황색 꽃이 다닥다닥 붙어 2㎝ 정도 늘어져서 핀다. 꽃차례는 바람에 꽃가루가 날리고 나면 통째로 떨어진다. 

 

우리 주변에 은행나무는 대부분 암나무이다. 그 암나무 주변에 수나무가 없으면 백 년이고 천년이고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산다. 그러면서 병충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스스로 독을 만들어내기에 주변에는 생명체가 없다. 공기가 좋지 않거나 척박하여도 잘 사는 나무다. 그래서 은행나무는 사람들한테는 사랑을 받지만 스스로 엄격하여 한편으로는 외롭다. 그래서 3억 년 동안 종을 유지하였는 모양이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를 찾아갔다. 휴일에 나서니 평소보다 시간이 두 배는 걸린다. 밭 가운데 터를 잘 잡고 있다. 800살인데 이렇게 잘 생긴 나무도 보기 어렵다. 높이는 32m이고, 가슴둘레가 16.27m인데 줄기가 여럿으로 갈라져서 길다. 반계리 은행나무는 성주 이 씨 가문에서 심었다고 하기도 하고, 물 한 모금 얻어 마신 스님이 꽂아둔 지팡이라고도 한다. 전국에 큰 나무 중에 지팡이 전설이 많다. 나무는 보는 방향에 따라 줄기와 수형이 다르다. 수나무라 고약한 열매 냄새는 없다. 큰 가지에서 나온 가지(小枝)는 작고, 돌기인 유주(乳柱)도 나무 크기에 비해서 작다. 단풍은 바깥부터 들고 있는데 샛노랗지는 않다. 옆에서 악기 연주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동네 사람들은 집에서 가꾼 채소를 가지고 나와 팔고 있어 가을 분위기가 난다. 진입도로를 정비하고 있는데 포장도로가 아니길 빈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키가 42m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크다. 나이는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심었다면 1100년이고, 의상대사 지팡이라면 1300년이다. 이 은행나무는 암나무로 열매가 열린다. 사진을 찍느라 카메라 가방을 열어두었더니 그 안에 두 알이 쑥 들어가 냄새도 나고 끈적함이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열매는 해거리 때문에 조금씩 다르지만 여덟 가마는 나온다고 한다. 전하는 말로는 해우소 아래로 나무뿌리가 지나가서 잘 큰다는 얘기도 있다. 나라에 불길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울었다는 이 나무는 세종 때 당상관 벼슬을 받은 나무로 일제강점기에 의병 집결지라며 절에 불을 질렀어도 끄떡없이 살아난 나무다. 이런 훌륭한 나무를 보는데 사람들은 길에서 차가 느리게 움직여도 한참을 기다린다. 나무는 늙어갈수록 아름답다. 그렇게 늙어가고 싶은 것이 사람의 꿈이다. 나무가 멋있게 자라면 나무에게도 기쁨이요 보러 오는 사람도 행복하다. 아름다운 나무를 보고 간다.

 

 

♤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167호)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2024.11.2)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2024.11.12)

 

 

 

♤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제30호)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 (2024.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