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정암사(淨岩寺)
수마노탑이 있는 적멸보궁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2024.10.2)
정암사는 정선 고한에서 만항재로 오르는 414번 지방도 옆에 있다. 일주문에는 태백산 정암사라 썼는데, 절 바로 위에 산은 함백산 줄기인 중함백 산자락이다. 정암사는 옛 고구려 땅에 세운 신라 절로 신라는 빼앗은 땅에다가 성을 쌓는 대신 절을 세웠다. 정암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이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기 위해 말년에 창건한 마지막 적멸보궁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시고 예배하는 법당이다. 적멸은 번뇌의 불빛이 꺼진 상태로 부처의 깨달음을 다르게 표현한 것이며, 보궁은 보배스러운 궁전이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있기에 적멸보궁에는 불상이 없다. 모든 적멸보궁은 첩첩산중에 있는데, 이곳도 옛날에는 첩첩산중이었을 것이다.
정암사는 협곡 안에서 사방으로 산이 막은 비좁은 곳에 있다. 절 안은 작은 계류가 나누고 있다. 오른쪽은 적멸보궁과 수마노탑이 있는 부처의 공간이고, 왼쪽은 관음전과 삼성각이 있는 보살의 공간이다. 오른쪽에 수행처로 처음 절을 세웠고 나중에 자리를 넓힌 듯하다. 극락교를 건너면 적멸보궁이 있다. 스님이 기도 중이라 들지 못하였다. 절 마당에 선 주목에 자장의 지팡이였다는 설명이 있다. 전설대로라면 1300년이 넘은 것인데, 수백 년 정도는 되어 보인다. 원래의 나무는 죽고 새로 생겨난 나무인 모양이다. 한쪽에는 열매가 달린 노거수가 있다. 잎과 열매가 크고 잎 뒷면이 회백색인 것을 보면 찰피나무일 것 같다.
다시 극락교를 건너온다. 절 이름대로 맑은 물이 세차게 흘러 절을 정결하게 한다. 이곳은 열목어 서식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열목어는 1 급수 냉수어종인데 정암사가 열목어 남방한계지이다. 아름드리 전나무 옆으로 돌계단을 올라 수마노탑으로 갔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모전석탑이다. 마노는 석영의 일종으로 칠보(七寶)에 드는 귀한 보석이라는데, 물을 건너와 수마노이다. 자장이 가져온 마노석을 사리와 함께 봉안한 것으로 본다. 석탑의 재질은 석회암이라 잿빛이 돈다. 탑에서 보면 바깥을 더 넓게 볼 수 있다. 좁은 곳을 넓게 쓴 산상공간이다. 절담을 헐고 나무로 대신하면 그 공간은 더 넓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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