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보광사
대웅전 벽화와 목어 -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치는 걸작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2024.5.12)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파주에 있는 보광사에 갔다. 절은 894년(신라 진성여왕 8년)에 창건하였다. 절은 넓고 찬란하다는 이름(보광.普光)대로 오래되고 예스러운 풍치와 정취가 있다. 영조 생모인 숙빈 최 씨의 묘소가 가까이 있어 그를 위한 기도절이었고, 대웅보전 현판 글씨는 영조가 친히 썼다. 세속에서 부처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인 불이문(不二門)으로 들어가면 대웅전 앞마당이다. 불이(不二)는 둘이 아닌 경지이니 상대적인 것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으로 부처가 바라본 세상이다.
대웅전 법당 앞마당에는 연등이 걸려 있다. 법당은 부처에게 예배하고 부처의 가르침을 전하는 장소이다. 석가모니 부처인 본존불을 모신 곳이 대웅전이고, 다른 아미타불이나 약사여래 등을 같이 모시면 대웅보전이라 한다. 편의상 대웅전이라 한다. 앞마당에 소원을 비는 작은 연등을 달고 절 주변을 돌아보았다. 법당 안에는 탱화와 다른 그림이 있으나 곧 법회가 있어 잠시만 머물다가 나왔다.
대웅전 외벽은 흙벽이 아니라 나무판이다. 거기에 불교 교의와 민화풍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색이 바래었지만 부드럽고 아름다운 걸작이다. 동쪽 벽에는 사자를 탄 문수보살과 사찰 수문장으로 불법을 수호하는 금강역사가 있다. 사자는 웃고 있고 금강역사는 여유가 있다. 북쪽 벽에는 고해의 바다를 건너 극락으로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 있다. 반야용선은 전생에 착하고 맑은 행동을 한 사람을 데리고 가는 교통수단이다. 깨달음을 나타낸 것이다. 벽 중간 위쪽에는 괴석과 당초 문양을 그렸고, 그 아래에는 대호도(大虎圖)와 노송도(老松圖)가 있다. 오른쪽에는 연꽃을 타고 극락세계에서 다시 태어난 모습을 그린 연화생도(蓮花生圖)이다. 서쪽 벽에는 수월관음과 동자를 지고 가는 그림이 있고, 그 오른쪽에 보현보살이 흰 코끼리를 타고 가는 그림이 있다. 고행의 과정을 그린 것이다.
대웅전 앞 만세루에는 목어(木魚)가 걸려 있다. 종, 법고, 목어, 운판, 목탁은 모두 부처의 소리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종(鐘)은 중생을 각성시켜 인생의 무상을 깨닫게 하고, 법고(法鼓)는 법을 전달하는 북으로 땅 위 모든 동물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다. 운판(雲版)은 구름판으로 날짐승과 허공을 떠도는 중생을 위한 것이고, 목어는 물속에서 사는 중생을 제도하기 위한 것이고, 목탁(木鐸)은 목어를 변형한 것이다. 목어는 나무를 깎아 물고기 형태로 만들고 속을 비워 막대기로 쳐서 소리를 낸다.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잠을 자지 말고 수행을 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보광사 목어는 머리와 꼬리는 물고기이고 나머지는 용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눈을 부릅뜨고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수행을 안 하고 잠을 자다가는 혼을 낼 기세이다. 벽화나 목어는 미술작품으로 감상할만하다.
법당 앞마당을 나오며 어리세줄나비를 보았다. 중부이북 낙엽활엽수림이 들어찬 산지 계곡 주변에서 드물게 볼 수 있는 나비다. 주로 광릉숲이나 동강에서 볼 수 있다는 나비인데, 절마당에서 객을 맞는다. 천천히 날아가다가 금방 돌아서 온다. 잠시 돌아서 가는 길은 낭비가 아니며 나비의 길로 돌아온 것이다. 하얀 꽃이 수북하게 핀 층층나무가 있는 계곡을 지나 전나무숲으로 들어섰다. 하늘은 푸르고 숲은 상쾌하다. 금방이라도 뻐꾸기 소리가 들릴 듯한 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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