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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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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 청평사 / 소양호를 건너가는 운치 있는 절집

향곡[鄕谷] 2022. 11. 30. 17:05

 

오봉산 청평사 (五峰山 淸平寺)

소양호를 건너가는 운치 있는 절집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2022.11.29. 비 후 갬. 0.1~11.8℃)

청평사 선착장 - 구송폭포 - 청평사 - 공주탕 - 해탈문 - 척번대 - 식암폭포 (왕복) 

 

 

 

 

 

 

밤새 비 내리더니 아침에야 그쳤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보는 청평사 골짜기는 금방 닿을 정도로 눈에 들어온다. 오봉산은 청평사를 제외하고 얘기할 수 없고, 청평사는 이자현이 빠질 수 없다.  이자현은 인주 이 씨로 고려시대 예종과 인종 때 외척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이자겸의 사촌이다. 그는 벼슬에 뜻이 없어 춘천 경운산(慶雲山)에 들어가 은둔하였다. 부친이 창건한 절을 문수원이라 고치고, 산 이름도 청평산이라 하였다. 그 청평산이 지금 오봉산이다. 훗날 강원도 흉작 내용을 알아보려고 갔던 퇴계와 이곳을 둘러본 다산이 이자현을 회고하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소양호가 생기기 전에 청평사는 벼랑길이었다. 다산은 이곳을 기어서 겨우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 하였다. 대동여지도에서도 이곳을 벼랑이란 뜻인 천(遷)을 넣어 기락천(幾落遷)이라 했다. 배후령 고개를 지나 자동차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배로 가면 여행을 더 운치 있게 한다. 가을이면 물속까지 가을에 잠기게 한다. 배에서 내려 다리를 건너면 구송폭포가 나타난다. 아홉 가지 소리가 들린다고 구성(九聲)폭포라고도 하는데, 이자현이 이곳에 자연 정원을 가꾸면서 아홉 그루 소나무를 심어 자신의 뜻을 드러낸 것에 연유하여 구송(九松)폭포라고 한다. 폭포 위에 네모꼴로 만든 영지(影池)가 있다. 영지는 불탑이나 나무 등을 비치게 하여 완상 하는 곳이다. 지금은 수생식물이 차 있어 물그림자를 볼 수가 없다.  

 

이곳에는 원나라 순제의 공주가 상사 뱀이 붙어 고생을 하다가 가사불사를 한 후에 뱀이 떨어져 나갔다는 전설이 있다. 불교에서는 뱀을 애욕에 얽힌 존재로 보는데, 이곳에 전하는 전설도 그러하다. 청평사 절집으로 들어서는 문 이름은 회전문(廻轉門)이다. 회전은 윤회전생(輪廻轉生)을 줄여 쓴 말이다. 수레바퀴가 끊임없이 구르는 것과 같이 중생이 번뇌와 업에 의해 윤회를 하는데,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게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회전문은 조선 명종 때 보우대사가 청평사를 고쳐 지을 때(1550년) 세웠다. 한국전쟁 때 절은 모두 불타서 회전문 이외 다른 건물은 다시 세웠다. 천년 이상 이어온 이 절에 800년이 넘은 주목이 있다. 주목은 불상 제작에도 쓰는 나무이니 절과 인연이 깊은 나무이다. 

 

청평사는 절 뒤 바위봉이 우뚝하다. 바위 병풍을 두르고 자리 잡은 앉음새이다. 절 뒤로 오르는 산길은 오르내림이 쉽지 않은 바윗길이다. 쇠줄을 잡으면 팔에 힘이 빠질 정도로 경사가 급하다. 절 마당 앞으로 흐르는 계곡으로 발길을 옮겼다. 공주탕을 지나면 기우제를 지낸 기우단 터가 있다. 조선시대 궁궐의 원찰이어서 세웠을 것이다. 산길로 더 올라가니 대부분 활엽수이고 단풍나무가 많다. 부도가 있고, 지붕이 없는 해탈문은 편평한 산길 끄트머리 이다. 바위 위에 소나무가 우뚝하다. 소나무는 늠름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길은 차츰 경사지고 길게 흐르는 계곡 옆으로 척번대(滌煩臺)가 있다. 번뇌(煩. 번)와 망상을 씻을(滌, 척) 자리란 뜻으로 그야말로 명상을 하기에 알맞은 자리이다. 동행인이 앉아서 명상을 하는 동안 식암폭포까지 다녀왔다. 나에겐 물소리를 듣고 걷는 것이 번뇌를 씻고 망상을 잊는 일이었다.  

 

 

※ 교통편

① itx 청춘 열차 청량리역 08:11 - 춘천역 09:10 도착

② 춘천역 건너편 환승센터 9:27. 11번 버스 승차 - 소양강댐 정상 09:53 도착

③ 소양강댐 선착장 배 10:00 - 청평사 선착장 10:15 도착 (10시부터 16시까지 1시간 간격)

④ 청평사 선착장 15:30 - 소양강댐 선착장 15:45 (10:30부터 16:30까지 1시간 간격)

⑤ 소양강댐에서 11번, 12번 버스 이용 춘천역까지 이동

 

 

 

구송폭포

 

 

영지

 

 

절이 보이는 선동교

 

 

청평사 회전문. 윤회전생을 상징하는 문. 사천왕문 역할도 하고 있다

 

 

회전문 안쪽

 

 

극락보전

 

 

청평사 극락보전 앞 800년이 넘은 주목

 

 

 

공주탕이 있는 계곡

 

 

자작나무가 있는 기우단 터

 

 

소나무가 있는 산길

 

 

해탈문

 

 

바위 옆으로 오르는 산길

 

 

척번대

 

 

식암폭포

 

 

식암폭포를 지나 쇠로 만든 계단으로 이자현 세수대로 오르는 곳

 

 

다시 하산길

 

구송폭포

 

 

청평사선착장으로 들어오는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