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갑사
꽃창살과 꽃무릇이 아름다운 절
전남 영광군 불갑면 모악리
불갑사는 꽃으로 아름다운 절이다.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가을이면 찾는 사람들이 많다. 영광에 섬 산행을 하러 가다가 모악산(불갑산) 자락 불갑사에 들렀다. 창건 연대가 불분명하다고 하지만 안내문엔 인도 간다라 출신 고승 마라난타가 백제에 불법을 전하기 위해 384년(백제 침류왕 원년) 영광 법성포로 들어와 지었다고 적었다. 절은 불교를 전한 뒤 처음 건립하여 모든 사찰의 으뜸이 된다고 하여 불갑사(佛甲寺)라 하였다.
일주문 부근에서 장사를 하는 분들이 꽃무릇 축제는 9월 셋째 주에 모두 끝났다며 한발 늦었네요 그런다. 꽃들은 대부분 시들어 싱싱한 꽃은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이다. 9월 중순 전에는 와야 꽃무릇을 볼 수 있겠다. 원래는 석산(石蒜)이라 하는데,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필 때 꽃이 없는, 그래서 잎과 꽃이 서로 그리워한다는 상사화와 같은 집안이다. 꽃무릇은 중국이 고향으로 열매는 맺지 않고 비늘줄기로 번식하는 알뿌리 식물이다. 축제를 위해 꽃무릇을 상사화라고 붙여 놓았으나 꽃무릇은 꽃무릇이고, 연분홍 색깔인 상사화는 따로 있다.
돌계단을 오르면 천왕문이다. 사천왕상은 조선 말기에 절을 중창하면서 폐사한 다른 절에서 옮겨온 것이다. 천왕문과 만세루를 지나면 대웅전이다. 팔작지붕 다포계 집으로 분위기가 화사하다. 정면으로 연화문과 국화문으로 장식한 문짝은 정갈하고도 화려하다. 다른 절집 건물은 옆문이 큰데, 이곳 대웅전은 앞면 전체가 문이다. 이곳 부처님은 옆을 보고 있다. 중앙에 석가모니불, 왼쪽이 약사여래불, 오른쪽이 아미타불이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전 용마루를 쳐다보니 도깨비 모양 기와가 얹혀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앉은자리가 묘하다. 이 절을 지키는 뜻이 있을 것이다.
불갑사에 또 하나 볼 것이 참식나무인데, 절 뒤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뱃시간이 있어 가지 못하였다. 참식나무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수로 이곳 참식나무는 천연기념물이고 자생 북한계에 위치한 나무이다. 암수 딴 그루로 10월에서 11월 사이에 꽃이 피고, 열매는 다음 해 10월에 붉게 익는다. 그때 오면 꽃과 열매를 같이 볼 수 있다. 꽃무릇이 필 때면 참식나무 꽃은 보지 못하니, 두 가지 꽃을 한 번에 다 볼 수는 없다. 불갑사는 그렇게 계절별로 향과 꽃이 끊이지 않는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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