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둘레길 3-9. 도봉~우이
도봉산 바라보고 왕실묘역 지나는 길
도봉산역 - 도봉탐방지원센터 - 무수골입구 - 쌍둥이전망대 - 정의공주묘 - 연산군묘 - 북한산우이역
이동거리 7.7㎞. 이동시간 2:57. 휴식시간 1:00. 계 3:57 (2024.10.8. 맑음. 12.7~23.9℃)
차가운 이슬이 맺힌다는 시기인 한로(寒露)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고 계절은 빠르게 가을을 맞이한다. 아침저녁으로 스치는 바람이 금방 달라졌다. 길에는 가랑잎이 많이 보인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더웠다. 더위가 없었으면 가을이 시원한 줄 어찌 알겠는가.
도봉산역 앞 다락원터 표지석을 지나니 상점이 있는 길이 말끔해졌다. 조선시대에는 다락이 있는 상점이 있어 다락원이었는데, 이리저리 세운 가게를 헐고 반듯한 포장형 가게를 세웠다. 덕분에 보이지 않던 개오동나무도 보이고 멀리 도봉산도 더 잘 볼 수 있다. 언덕길을 넘어서는 산길은 서늘하나 아직 땀이 배어난다. 사람이 다녀간 적이 없는지 묘소 비석에 뱀허물쌍살벌집이 늘어져 있다. 벌이 날아갈 때 다리를 쭉 뻗고 나는 모습이 마치 살(가는 나무 막대기) 같다고 쌍살벌인데, 말벌보다는 약하지만 꿀벌보다는 침이 독하여 주의가 필요하다.
동네 인근을 지나다니 상수리나무가 속이 패이고 가슴 높이는 모두 굵다. 예전에 도토리가 열리면 떡메를 들고 와서 나무줄기를 치고서 떨어지는 도토리를 주웠다. 그렇게 맞아 속이 파였다. 동네 가까이 있는 나무는 그런 흔적이 많다. 주워온 도토리는 디딜방아에 찧었다. 요즈음은 방앗간에 가면 도토리를 통째로 갈아준다. 필요한 것은 도토리 가루이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히면 된다. 농촌에서 자란 사람들은 도토리를 잘 안다. 상수리 도토리는 검은빛이며 떡갈나무 도토리는 흰빛이 난다. 도토리마다 다른 맛이 있는 것도 잘 안다. 그런 참나무는 단단하여 농촌에서는 우마차 뼈대로도 썼으니 사람들과 인연이 깊다. 맞고 베이고 수난이 많은 나무다.
유홍초와 분꽃이 어우러져 핀 무수골 입구를 지났다. 어느 집에서 가지와 고추에 받침대를 세워 가꾸니 사람 키보다 더 크다. 가지나무라 불러도 되겠다. 산길에 나뭇잎이 마르고 있다. 산에서 가을 표정은 나뭇잎에서 본다. 쌍둥이전망대에서 한참 주변 조망을 하고 방학동길로 갔다. 주변에 왕실묘가 군데군데 보인다. 세종의 아들 임영대군묘를 지나면 세종의 둘째 딸 정의공주묘이다. 공주는 재주가 많아 불경을 간행하고, 사위 안행담도 이름이 높았다. 신도비 글은 정인지가 짓고 글씨는 공주의 넷째 아들이 썼는데, 양효안공묘비(良孝安公墓碑)라는 전서체로 쓴 조선초기 대표 작품이다. 양효(良孝)는 조선 조정이 안행담에게 내린 시호이다.
정의공주묘에서 길을 건너면 연산군묘가 있다. 연산군은 왕과 관리가 같이 통치해야 하는 것을 부정하였다. 연산군에 사대부계급이 등진 이유가 거기 있다. 왕은 기댈 데가 없었다. 그러다가 생모 폐비에 대한 경위를 알고 폐륜적 행위를 하고, 두 차례를 사화로 선비들을 죽였으며, 사치와 향락이 이어졌다. 중종반정이 일어났을 때 연산군 처남인 신수근은 반대하여 죽임을 당하였다. 신수근의 누이인 연산군 부인 신 씨와 신수근의 딸인 중종의 비는 일주일 사이에 모두 폐비가 되었다. 부인 신 씨는 연산군 사후 7년 중종에게 간청하여 연산군을 교동도에서 방학동으로 옮겼다. 이 땅은 세종대왕 아들 임영군 땅이었는데, 태종 후궁 조 씨를 임영대군이 맡고 있었다. 임영대군의 외손녀인 부인 신 씨가 부탁하여 터를 같이 쓰게 되었다. 연산군묘 앞 방학동 은행나무는 600년이 되어 연산군이 옮겨오는 것을 본 나무다. 나무도 오래 살면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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