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천 - 청계천 걷기
서울숲에서 흥인지문까지
서울숲역 - 서울숲 - 중랑천 - 살곶이다리 - 청계천 - 영도교 - 벼룩시장, 동묘 - 청계천 - 흥인지문
이동거리 11.5㎞. 이동시간 3:31. 휴식시간 0:27. 계 3:58 (2024.12.10. 맑음. -1.9~6.9℃)
대설(大雪)이 지나고 날이 조금은 눅어졌다. 서울숲에서 시작한 걸음은 영하 전후 온도라 괜찮다. 낙엽이 지는 메타세쿼이어는 갈색잎이고, 버드나무는 아직은 푸른 잎이다. 열매보다 먼저 빛깔을 바꾸는 것이 잎이다. 겨울에 대비하여 나무가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잎사귀와 나뭇가지를 잇는 잎자루 안쪽에 떨켜층이라는 조직을 키우는 일이다. 떨켜층이 통로를 막으면 뿌리에서 더 이상 물이 오르지 않고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는데, 버드나무는 미련이 남아 이별을 미루는 것 같다. 그래서 버드나무는 이별에 등장하는 시에 자주 나오는 모양이다.
서울숲에서 성수대교 방향으로 나오면 한강이다. 예전에 이곳에 저자도가 있었다. 강남에 아파트를 지으면서 이곳 모래를 써서 섬은 없어졌지만 강바닥은 아직도 높다. 옛 저자도로 내려오는 중랑천 하구에는 물새들이 차지하고 있다. 물까마귀란 별명처럼 새까만 겨울철새인 가마우지는 이젠 텃새가 되었다. 용비교 아래 다리를 넘으면 응봉산 아래다. 개천 옆으로 칠자화나무와 산수유와 남천이 줄을 섰다. 모두 빨간색으로 초겨울을 맞는 식물이다. 칠자화는 꽃망울이 일곱이라 붙은 이름인데 꽃이 진 후 꽃받침이 커져서 붉다. 산수유는 붉은 열매를 매달고, 상록성인 남천은 겨울에 잎이 붉어지는데 아직은 초록이다. 여름이 길었거나 겨울이 일찍 온 모양이다.
응봉역을 지나 북쪽으로 걸으면 살곶이다리다. 현존하는 조선의 다리 중 가장 긴 다리다. 억새와 갈대가 어울려 제법 풍경이 좋다. 이 다리 이름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이성계가 응봉에서 활을 쏘았는데, 그 화살을 맞은 새가 중랑벌에 떨어져 이 일대를 살곶이라 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이방원이 형제의 난을 일으킨 후 이성계는 왕위를 버리고 함흥으로 갔고, 이성계를 모시러 박순이 차사로 갔다. 새끼 대린 말을 끌고 가서 동물들도 저렇게 정을 떼지 못하는데 노여움을 풀고 오시라 간청하여 모시고 왔다. 함흥에서 돌아온 태조 이성계는 방원을 보는 순간 노여움을 풀지 못하고 활을 쏘았는데 차일에 맞고 태종이 무사하자 운명이라 하였다. 이 화살이 기둥에 꽂혔다고 살곶이라 하였다. 다음으론 툭 튀어나온 지형인 곶을 잇는 다리라 살곶이라 했다는 것이다. 이 살곶이 부근에서 청계천이 중랑천과 합쳐지며 의정부방향으로 가는 개천길도 여기서 갈라진다.
중랑천이 한강과 만나는 곳처럼 중랑천과 만나는 청계천 부근에는 새들이 많다. 옅은 회색 날개인 해오라기도 보이고 어두운 갈색 날개를 가진 덤불해오라기도 있다. 이민 온 철새가 이젠 텃새가 되었다. 직박구리는 흔한 텃새이고, 유별나게 목이 굵고 등이 초콜릿색인 콩새, 뱁새라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도 덤불을 헤치고 다닌다. 예전에 청계천 복개 전에도 마장동 아래는 개천이 열려 있던 곳이다. 마장동 부근에서 올라가는 개천가에는 감나무가 많아 정겹다. 까치가 까치밥을 즐기고 있다.
청계천의 원래 이름은 개천의 흙을 파낸 의미로 개천(開川)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청풍계(淸風溪)에서 시작한다고 청계천(淸溪川)으로 바꾸었다. 그 청계천 중간에 영도교(永渡橋)에서 위로 올라섰다. 단종 왕비 정순왕비가 단종과 마지막 이별을 한 곳이라 영원히(永) 보냈다(渡)고 후세에 지은 이름이다. 영도교 부근은 정순왕후 시녀들이 채소장사를 했던 여인시장이 있었고, 북쪽으로 고개를 들면 정순왕후가 매일 영월땅을 보며 단종을 그렸다는 동망봉이 보인다. 그 여인시장은 지금은 벼룩시장이 되었다. 관우묘인 동묘도 옆에 있다. 동묘는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 진린의 청을 받아 세운 힘없는 나라의 아픔이었다. 동묘를 돌아 청계천을 거쳐 흥인지문까지 더 걸었다. 중랑천과 청계천은 역사와 생태와 현재의 삶의 모습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하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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