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30
오동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을 안다
4월에 연보랏빛 오동나무 꽃이 필 때면 꽃향기가 기가 막히게 향기롭다. 오동나무란 이름은 한자 오동(梧桐)에서 유래했다. 오동(梧桐)의 오(梧)는 5개 씨앗이 열매 안에 유두모양으로 붙어 있어서, 동(桐)은 꽃 속이 빈 것이 통(筒)과 같아서 쓴 것이다. 가을에 나무는 잎이 마르면서 모습을 바꾼다. 오동나무에서는 큰 오동잎이 사그락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진다. '오동잎 한 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이 온 것을 안다(一葉落知天下秋)'는 말이 있다. 한자로는 줄여서 일엽지추(一葉知秋)라 한다. 사물의 징조를 보고 그 기울어지는 것을 짐작하는 비유이기도 하다.
오동잎은 워낙 커서 잎이 떨어지는 것이 눈에 잘 띄고, 소리도 크다. 낙엽 지는 소리에 가슴이 쿵덕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조선시대 김상용은 '오동에 듣는 빗발을 무심히 듣지만은 떨어지는 잎잎이 수성(愁聲)이라, 잎 넓은 나무를 심지 않겠다'고 했다. 이백은 가을 색조가 오동나무를 늙게 만든다며 오동나무를 아꼈다.
오동나무는 사람이 사는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빠르면 10년 늦어도 15~20년이면 큰 나무가 된다. 오동나무는 잎이 워낙 커서 광합성을 많이 하고 양분을 집중 공급하여 빨리 자란다. 대체로 빨리 자란 나무가 단단하지 못한데, 오동나무는 그렇지도 않다. 가볍고 연하여 가공하기 쉽고 무늬도 아름답다. 그래서 옛날에는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어서 시집갈 때면 농짝을 짜서 보냈다. 소나무는 뒤틀리고 참나무는 온돌방에서 갈라지는데 오동나무는 힘을 받지 않는 부분에 쓰기에 좋다.
오동나무로 악기도 만들었다. '오동은 천년을 가도 가락을 잃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오동나무는 소리 울림에 좋은 나무라 거문고나 가야금 등 악기를 만들어 소리로 천년을 간다. 속담에 '오동나무만 보아도 춤춘다'는 말이 있다. 이는 나중에 그 나무로 가야금을 만들 것을 생각해 미리 춤춘다는 뜻으로 나중에 할 일을 성급하게 서두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동나무 외에도 참오동나무가 있다. 오동나무는 참오동나무에 비해 꽃부리 안쪽에 자주색 줄무늬가 없는 것으로 구분하지만 분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오동나무 종소명은 coreana로 '한국의'란 뜻이고, 참오동나무는 '솜털이 밀생 하는'이란 뜻이 있다. 두 나무는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구분의 실익이 없는 것 같다. 벽오동은 나무껍질이 청록색인 것이 특징이다. 벽오동은 오동나무에 비해 암수한그루이고 줄기가 청록색이며 열매의 모양이 다르다. 오동나무는 현삼과 인데 벽오동은 벽오동과로 다른 식구이다. 옛 문헌에는 혼용하여 썼다. 능소화과에 속하는 개오동도 따로 있다.
오동나무는 달밤에 어울린다. 봄에 꽃이 필 때도 그렇고, 가을밤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큰 잎이 묘하게 아름답다. 일렁이는 잎이 달빛을 가렸다가 내놓았다가 신과 인간을 교신하는 매개 역할 같기도 하다. 예로부터 오동나무에는 봉황이란 신령스러운 새가 머문다고 했다. 어진 임금과 신하가 있는 곳에 오동나무가 가까이 있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오동나무는 좋은 나무로 여겼다. 아름다운 꽃 한 송이와 아름다운 나무는 스스로 만든 품격으로 이름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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