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31
상강(霜降)이 오면 고추도 얼어 죽는다
첫서리는 추위의 시작이다. 올해는 9월 하순(2024.9.24)에 대청봉에서 첫서리를 관측하였다. 이는 작년(2023.10.29)보다 한 달가량 이르다. 상강(霜降)은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다. 절기로 상강은 한로(寒露)와 입동(立冬) 사이로 양력 10.23 경이다. 공기 중에 떠 있던 수증기가 새벽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면 얼어서 물체나 땅에 얼어붙어 서리가 생긴다. 서리가 내린다는 것보다 서리가 생긴다는 말이 사실은 정확하다.
안개나 이슬이나 서리는 모두 공기 중에 수증기가 변한 것이다. 안개는 대기 중에 떠 있는 작은 물방물이다. 밤 사이에 지표면에 공기가 차가워지면 공기 중에 수증기가 뭉쳐 발생한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에 아침과 저녁에 나타난다. 이슬은 공기 중 수증기가 차가운 표면에 닿아 액체 상태로 뭉친 물방울이다.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날씨에 밤이나 새벽에 생긴다. 반면에 서리는 기온이 내려가 얼어서 생긴 것이다.
나무나 풀에 내린 서리를 따로 상고대라 한다. 예전엔 서리를 무빙(霧氷)이라 했고, 상고대를 따로 목빙(木氷)이라 했다. 서리는 기온이 떨어질 때 발생하지만 온도나 습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숲에서는 온화한 공기가 화려한 단풍을 만들지 못하지만 여름이나 겨울에 일교차를 줄이는 냉방효과와 보온효과가 있다. 그래서 숲이 가려주지 못하는 곳에서 서리가 많이 생긴다.
식물은 봄에 마지막 서리부터 가을에 된서리가 내릴 때까지 그 사이에 자란다고 할 수 있다. 서리가 오면 공기 중에 물방울뿐만 아니라 식물 조직에 있는 물기마저 얼어서 식물은 상해를 입는다. 그래서 '상강이 오면 고추도 얼어 죽는다'는 말이 있다. 과수농사는 서리에 더 민감하다. 서리가 온 후 사과를 따면 손도 어는 것 같다.
서리가 내리면 기온이 낮아진다. 상강이 지나면 농작물 수확을 끝내고 겨울 준비를 한다. 날씨가 차지니 감기 등 건강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에게도 서리가 내린다. 머리에 서리가 내린다는 것은 머리가 백발이 되어 늙어간다는 말이다. 세간의 공평한 도리는 백발뿐이다. 머리에 서리가 내리면 추상(秋霜) 같은 성격도 바뀐다. 머리에 서리가 내리든 말든 평생 공부거리를 찾으면 여생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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