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속에 자연 32
입동(立冬) 지나면 동지(冬至) 온다
입동(立冬) 이란 말만 들어도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입(立)은 시작하다는 뜻이고 동(冬)은 겨울이니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입동은 양력 11.7 경이다. 입동이 되었다고 하여 추위가 금방 오는 것은 아니다. 첫추위는 소설(小雪. 양력 11.23 경)이 되어야 찾아온다. 추위가 다가오면 생명이 있는 모두는 겨울 동안 살아갈 준비를 한다. 입동이 되면 동물들은 동면에 들어가고 새들은 깃털을 늘려 몸을 따뜻하게 한다. 식물은 잎이 마르며 몸을 갈무리한다.
입동 전후에는 김장을 한다. 임동 전후 5일에 김장을 하면 김치가 맛있다고 한다. 입동 무렵 서늘한 기온이 김치 발효에 최적의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릴 때는 뒤꼍에 아버지가 구덩이를 파고 김칫독을 묻고 가마니를 김칫독 뚜껑만큼 오려내고 덮었다. 그 옆에는 무 구덩이를 파고 무를 넣었다. 무 구덩이는 입구를 내어 볏짚으로 틀어막고서 필요할 때 꺼내 먹었다. 요즈음에는 지구온난화로 김장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입동이 추우면 그 해 겨울은 춥다'는 말이 있다. 입동 날씨를 보고 제주도에서 '입동에 따뜻하지 않으면 겨울에 바람이 많이 분다'는 말과 통하는 말이다. 최근에도 그렇고 올해도 입동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기상청 겨울예보를 보면 평년보다는 다소 높다고 한다. 다소란 말에 현혹되기 쉽지만 겨울은 아무래도 바람에 영향을 받는다.
"입동 지나면 동지 온다"는 말이 있다. 입동이 지나면 곧 동지가 온다는 뜻으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는 말이다. 올해는 더위가 긴 만큼 가을이 짧았다. 더위가 길어 나무가 가을축제를 준비할 틈이 없었고 아름다운 단풍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세월은 쏜 화살과 같다. 봄 한철살이 식물은 바쁘기는 하지만 봄에 꽃을 피우는 것은 지난해에 양분을 저장해 두어서 잎을 일찍 내고 광합성의 수지를 맞추며 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이 봄꽃이 살아가는 비결이다. 사람도 식물로부터 그것을 배워야 한다.
♤ 입동 무렵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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