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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관리 왕버들 / 약속의 나무로 심어 마을 당나무가 되다

향곡[鄕谷] 2024. 11. 26. 19:46

 

청송 나무 탐방 2

 

청송 관리 왕버들

약속의 나무로 심어 마을 당나무가 되다

 

천연기념물 제193호

청송군 파천면 관리 939-17

 

 

 

 

 

파천면 신기리에서 주왕산 가는 길 옆에 왕버들이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흙집으로 지은 담배건조실이 있다. 누에를 치고 담배 농사는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 일이다. 품이 많이 드는 데다가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웬만한 시골에 가도 담배건조실은 없어졌고, 무너진 흙집만 간혹 볼 수 있을 정도이다.   

 

마을 건너에 큰 왕버들이 자리 잡고 있다. 높이 18m, 가슴높이 둘레 5.7m, 가지는 동서로 22m, 남북으로 18.8m를 뻗었다. 1560년 경에 심었다고 하니 수령은 460년 이상이다. 왕버들은 수백 년을 거뜬히 살고 아름드리로 자라는 거목이라 붙은 이름이다. 왕버들은 둥치가 잘 썩어 고목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많아 귀류(鬼柳)라고도 한다. 썩은 고목 안에는 인 성분이 많아 밤에는 반짝인다. 밤에 불빛이 나고 바람에 잎이 일렁이면 귀신이 나올 듯 무서울 것 같다. 

 

이 나무에 슬픈 전설이 있다. 한 총각이 이웃 처녀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처녀의 늙은 아버지 대신에 대리종군(代理從軍)에 나서기로 하였다. 훗날을 기약하며 왕버들을 심었다. 변치 않는 약속을 상징하는 나무로 삼기 위한 것이었다. 끝내 총각이 돌아오지 않자 처녀는 이 나무에서 목을 메어 죽었다. 처녀가 죽은 자리에는 소나무가 났는데 그 소나무는 그 뒤에 고사하였다고 한다. 두 남녀가 만날 때 있던 우물(만세정)은 지금도 남아 있다. 

 

버드나무는 낮은 하천이나 습지 주변에서 볼 수 있다. 버드나무 가지는 가볍고 유연하여 흐느적거릴 뿐 잘 부러지지 않는다. 왕버들은 가지가 위로 뻗는 특징이 있다. 이곳 왕버들은 벌집을 꺼내기 위해 수십 년 전 서쪽으로 뻗은 가지를 잘라냈다는데 대체로 균형이 잡혀 있고 우람하다. 왕버들이란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고 있다. 활력과 생명력이 하늘로 뻗치는 것이 수백 년 동안 그치지 않고 왕성하게 자랐다. 가는 길에 주산저수지로 가서 왕버들을 마저 보았다. 주산지 왕버들은 물이 차서 연초록색 봄빛이나 화려한 가을빛을 배경으로 삼아야 좋다.

 

천연기념물 나무는 나이가 든 나무이다. 나이를 속에 새기고 산다. 나무는 나이를 든 만큼 듬직하고 늙어갈수록 아름답다. 살아온 풍성함이 우러나온다. 나무에 기대어 며칠을 보내고 이제 다음 해를 기약한다. 시인 문정희의 시 '나무학교'에 나오는 말처럼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한다.

 

   

 

 

 

 

 

 

 

 

 

 

 

관리 왕버들

 

 

관리 왕버들

 

 

담배건조실

 

 

주산저수지

 

 

주산저수지 왕버들

 

 

주산저수지 왕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