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산 넘고 산/경기 인천 산

청량산 위례오솔길 2. 첫눈을 만나러 가다

향곡[鄕谷] 2024. 11. 28. 21:46

남한산성 33

 

청량산 위례오솔길 2.

첫눈을 만나러 가다

 

남위례 - 옥천약수터 - 오솔길 - 웃논골 - 쉼터 - 오솔길 - 옥천약수터 - 남위례

이동거리 6.4㎞. 이동시간 3:45. 휴식시간 0:32. 계 4:17

2024.11.28. 눈 후 맑음. 적설량 약 28㎝. 기온 -0.1~3.4℃

 

 

 

 

 

올해 들어 첫눈이 내렸다. 어제부터 오늘 아침까지 적설량이 28㎝로, 기상관측 이래 11월 눈으로는 가장 많이 내렸다고 한다. 소설(小雪)과 대설(大雪) 사이에 보통 첫눈이 내린다. 동짓달과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는 얘기가 있다. 눈은 풍요와 길상(吉祥)의 상징인데, 폭설은 시련이다. 곳곳에 피해가 많이 생기고 있다.

 

첫눈을 만나러 집을 나섰다. 스패츠를 하고 나갔더니 동네 노인이 "갑바는 어디서 샀어요?" 그런다. 갑바란 얘기를 오랜만에 듣는다. 눈이 쌓인 곳에는 눈이 무릎까지 올라왔다. 눈이 적게 오면 뽀드득 소리가 나는데, 눈이 많이 오니 푹 꺼지며 푸드덕 소리가 난다. 나무마다 눈이 가득하다. 솔잎에 내린 눈은 함박꽃이요 작은 나무 가지에 눈은 매화꽃이다. 눈이 나무 위에서 퍽퍽 떨어지고 이따금 떨어지는 눈덩이를 맞으며 걷는다. 

 

눈은 습설(濕雪)이라 무게에 견디지 못하고 설해(雪害)를 입은 나무가 많다. 소나무가 가장 많이 피해를 입었고, 노간주나무도 더러 꺾였다. 일본잎깔나무와 리기다소나무도 여러 그루 꺾였고 귀룽나무도 더러 있다. 나뭇잎이 많거나 등이 굽은 나무는 눈을 많이 이고 있다. 소나무는 잎이 많고 나무가 물러서 눈을 이기지 못한다. 욕심이 과하여 화를 부른 것일까? 유연한 노간주나무가 꺾이는 것이 의외다. 대체로 활엽수는 단단하고 침엽수는 무르다. 참나무는 단단하고 소나무가 무른 것이 그 예이다. 산길에 넘어진 나무는 장애물이 되었다. 경사진 곳에 넘어진 큰 나무를 넘느라 낮은 포복도 하고 돌아서 가기도 했다.

 

눈 속에서 청설모와 동고비가 나무 사이로 들락거린다. 숨겨놓은 먹이를 찾는 모양이다. 동고비는 나뭇가지에 먹이가 있는지 내려오지 않는다. 눈이 와서 동물들도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눈길을 걸으며 2시간 이상 아무도 밟지 않은 처녀설을 밟기도 하고, 산중에서 사람을 만나지도 못했다. 눈이 많이 와서 시간이 더 걸렸다. 폭설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많은 눈을 구경하였다.   

 

 

 

 

 

 

 

물푸레나무숲

 

 

 

 

눈을 이고 있거나 꺾인 노간주나무

 

 

 

 

설해를 입은 소나무

 

 

 

 

동고비

 

 

낮은 포복으로 넘은 나무

 

 

설해를 입은 귀룽나무

 

 

 

 

 

눈에 떨어진 단풍나무 낙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