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山) 위에
김소월
산(山) 위에 올라서서 바라다보면
가로막힌 바다를 마주 건너서
님 계시는 마을이 내 눈앞으로
꿈 하늘 하늘같이 떠오릅니다
흰 모래 모래 비낀 선창(船倉)가에는
한가한 뱃노래가 멀리 잦으며
날 저물고 안개는 깊이 덮여서
흩어지는 물꽃뿐
안득입니다.
이윽고 밤 어두운 물새가 울면
물결조차 하나 둘 배는 떠나서
저 멀리
한바다로
아주 바다로
마치 가랑잎같이 떠나갑니다
나는 혼자 산(山)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해 붉은 볕에 몸을 씻으며
귀 기울고
솔곳이
엿듣노라면
님 계신 창(窓) 아래로 가는 물노래
흔들어 깨우치는 물노래에는
내 님이 놀라 일어나 찾으신대도
내 몸은 산(山) 위에서 그 산(山) 위에서
고이 깊이 잠들어 다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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