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계곡에 배낭을 벗고 앉아 쉬고 있었다 아저씨 그 배낭 제가 메고 가면 안 될까요 ? 바짝 마른 사내가 나를 보자 대뜸 말을 걸어왔다 짐이 없으니 안정감이 없어서 못 걷겠는걸요 ! 나는 농담같은 그의 호의를 사양하고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산장앞 나무 의자에 앉아서 내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던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 한 분이 인사삼아 내게 말을 건네왔다 짐을 보아하니 세상을 사실 줄 아는 분 같구려 나무 의자에 나를 짓눌러온 배낭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짐 없이 세상을 살아가려는 이들이 있어서... 세상을 살아보면 말이지요 제 한 몸으로 사는게 아니라 짊어진 삶의 무게로 살고 있음을 느낄 때가 가끔은 있지요. 산도 마찬가지라우 짊어진 짐이 무게가 있어야 넘기가 쉽다우 노인은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남긴 채 어두운 숲길을 배낭을 메고 흘연히 떠났다 산장에 들어 자리를 펴는데 후둑후둑 빗방울 떨어지는 소 리가 들려왔다 뜨락에 나와 노인이 걷고 있을 계곡쪽을 바라보았다 물소리와 나뭇잎에는 빗방을 소리 뿐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갑자기 수렴동 대피소에서 만났던 바짝 마른 사내가 떠올 랐다 짐이 없어서 걷기가 힘들다던 .... 그도 무거운 짐을 지고 인생을 살아온 버릇이 있는게 분명했다 2박 3일치 무거운 배낭을 다시 한번 들어보며 이 무게 가 나를 여기까지 이끌고 온 것 같음을 느낀다 세상은 꿈꾸는 자의 것이다 中에서 가져온 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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