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세월 속으로 56

연필로 쓴 추억

연필로 쓴 추억 연필은 나무속에 흑연을 넣어 만드는데, 연필(鉛筆)이란 흑연으로 쓰는 필기구란 뜻이다. 1565년 영국에서 흑연을 막대기에 넣은 연필을 처음 만들었다. 그러다가 18세기말 프랑스 사람 콘테가 흑연 분말과 점토를 섞어서 연필심의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고, 그것을 가마에서 구워내고 나무를 씌워 지금의 연필을 만들었다. 나중에 지우개를 연필에 달았고, 그 뒤 플라스틱이나 다른 재질에 넣어서 쓰는 연필이 나왔다. 누구에게나 연필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거나 글씨를 배울 때 처음 잡아보는 필기구였다. 학교로 갈 때 달리다가 보면 양철 필통에 든 연필은 달가닥거렸고, 연필은 책상에서 곧잘 굴러서 떨어지기도 해서 곯게 되고 심이 부러지기도 했다. 그래서 연필 몇 자루는 더 준비해서 학교에 가지고 갔다. ..

주전부리 / 군것질이요 심심풀이 간식

주전부리 군것질이요 심심풀이 간식 "심심풀이 땅콩 있어요, 미루꾸 있어요, 건빵 있어요". 지금은 열차에서 홍익회 판매원이 다니지 않지만 얼마 전까지 이렇게 외치고 다녔다. 심심풀이는 군것질을 말하고, 미루꾸는 밀크캐러멜에서 밀크를 그렇게 말했다. 주전부리는 식사 사이에 허전한 속을 채우기 위한 먹을거리다. 심심풀이기도 하고 간식이다. 그 옛날 주전부리는 산과 들, 밭에서 나는 것이었다. 옥수수, 무뿌리, 보리이삭, 버찌, 산딸기, 메뚜기나 개구리뒷다리 튀긴 것 등이 그것이다. 용돈이 생기면 건빵, 눈깔사탕, 번데기, 국화빵, 달고나, 또뽑기가 오래된 주전부리다. 번데기는 둥그런 원판을 돌려서 찍으면 판에 써놓은 숫자 양 만큼 담아주었다. 또뽑기는 '꽝'이 나오면 헛것이고 '또'가 나오면 또 뽑을 수 있..

국화빵 / 따스한 행복과 추억이 있는 풀빵

국화빵따스한 행복과 추억이 있는 풀빵   국화빵 / 서울 동대문시장 (서울 종로. 2019.12.10)    국화빵은 빵을 금형틀에서 구워내는 국화 모양 풀빵이다. 밀가루 반죽을 해서 부어 넣고, 그 속에 팥을 주로 넣지만 호두도 넣고, 단맛을 내기 위해 꿀이나 단 것을 넣어 만든다. 얼마 전 동대문시장에 갔다가 국화빵을 사 먹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추억의 풀빵이다. 종이봉지에 손을 넣으니 온기가 전하고, 입에 넣으니 바삭한 촉감과 따스한 팥앙금이 씹히는 그 식감이 좋다. 따스한 행복이 입속으로 쏙 들어왔다. 사람 얼굴을 보고 '국화빵이다'라는 것은 쏙 빼닮았다는 것이고, '학생을 국화빵처럼 만들면 경쟁력이 없다'는 거나, '내놓는 대책들이 국화빵'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고 전과 다를 바가 없다는 말이다..

오래된 버스 시간표 / 오지라는 표시

오래된 버스 시간표 오지라는 표시 산행 지도를 펴 놓고 안 가본 곳을 찾아서 가보고, 가본 곳이라도 새로운 길을 찾아서 다른 길을 찾아다니는 산행을 가끔 하였다. 그것은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속성일 수도 있다. 새로운 길도 좋고 그곳에서 만나는 꽃과 새소리는 생기를 불어 넣는다. 산행은 그래서 늘 신선하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차편이 별로 없는 외진 곳도 생긴다. 산행에서 오지(奧地)로 내려서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가게 문이나 버스 정거장 한 켠에 색이 바래거나 몇 번이나 수정한 오래된 버스 시간표는 오지라는 표시이다. 이런 경우를 겪으면, 귀가의 조바심보다는 이왕에 벌어진 일이고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이 생겨서 그 상황을 즐긴다. 작은 툇마루가 있는 가게에 들어가서 버스가 올 때까지 막걸리..

라디오 시대

라디오 시대 라디오는 넓은 의미로 무선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전파를 수신하는 기계를 말한다. 1895년 이탈리아 마르코니가 무선기계를 발명하고 라디오가 세상에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경성방송국이 1927년 첫 라디오 방송을 개시하였으니 라디오가 들어온 시기는 아직 백 년이 안 된다. 당시에는 마을마다 삐삐선으로 연결한 라디오로 주파수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텔레비전에 이용 순위가 밀리고, 다시 핸드폰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으니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초등학교 때 우리집에 라디오는 가죽 덮개를 씌운 라디오였는데, 한밤중 도둑이 들어서 가져갔다. 그때만 해도 라디오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 PC글자판 만한 직사각형 큰 라디오였다. 다이얼은 주파수와..

전차(電車) /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전차(電車)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전차(電車)는 차 위에 있는 기계가 전선에 맞닿아 전기를 공급받고, 바퀴는 궤도 위로 굴러가는 전동차량이다. 2019년 올해로 전차가 철거된 지 50년이 되었다. 경희궁 부근 서울역사박물관 앞에는 전시용 전차가 서 있다. 1899년 청량리-서대문간을 처음 운행한 전차는 한때 서울, 부산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하지만 전찻길을 만드느라 서울 도성을 헐었고 성문을 헐어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가 훼손되었다. 중학교 다닐 때 서대문에서 마포로 운행하는 전차를 자주 탔다. 길가 매표소에서 5원에 2장 하는 전차표를 사서 기다리다가, 땡땡땡땡 소리를 울리며 전차가 오면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횡단하여 우르르 몰려갔다. 전차가 길 중간으로 운행했기 때문에 위험한 통학길이었다. 그래도..

쥐불놀이 / 논두렁을 태우며 풍년을 기원하던 풍습

쥐불놀이 논두렁을 태우며 풍년을 기원하던 풍습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대놓고 하는 불놀이가 있었다. 그것은 논두렁 태우는 쥐불놀이였다. 농부들은 음력 정월 첫 번째 자(子) 자(字)가 든 날을 쥐 날(上子日)이라 하여 이날 쥐를 없애기 위해 들에 나가서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웠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면 쥐도 잡고, 해충도 없애고, 나중에 싹도 잘 자라기에 농사에 필요한 일이다. 이 때는 바람이 불어 잘못하다가는 화재의 염려가 있을 시기여서 조심스럽기 도 했다. 바람이 불면 날을 따로 잡기도 한다. 논두렁을 태울 때 논물에 빠지기도 하고 옷을 태워 혼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솔가지를 꺾어서 불이 논이나 밭 바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도 하는 임무를 부여받기도 한다. 아이들 쥐불놀이는 깡통 돌리기 불놀이였다. ..

교정에 풍금소리

교정에 풍금소리 풍금은 페달을 밟아서 바람을 넣어 소리를 내는 건반악기다. 오르간(Organ)을 한자로 번역하였는데, 바람 풍(風), 거문고 금(琴)이니, 바람을 불어 거문고처럼 소리를 낸다는 뜻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에 풍금이 들어온 것은 1896년 서양선교사에 의해 들여와 학교와 교회에 놓고 사용했다. 지금은 피아노를 쓰고 있지만 우리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하더라도 풍금이 대세였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들은 음악시간에 풍금 건반을 치며 노래를 가르쳤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음악을 잘 가르치던 여선생님은 공부를 더 하신다고 서울로 가시고, 2학기에 남자 선생님이 새로 오셨는데, 음악은 어려워 하셨다. 풍금도 실로폰 치듯 하나씩 치는데 둔하고, 기억하기에 음치에 가까웠다. 따로 남아서 풍금 치는 연습을 하..

달걀꾸러미

달걀꾸러미 닭은 빛이 오는 것을 알리는 태양의 새라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우는 것이다. 닭의 울음은 때를 알리는 시보(時報)이기도 하다. 그 닭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나고, 그 울음소리를 듣고 맹수와 도둑은 도망을 갔다. 닭은 알을 낳고도 울었다. 그때는 탄생의 의미이다. 서산대사는 낮닭이 홰를 치며 울자 의문이 풀리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닭의 울음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일러주는 바가 있다. 닭의 고어는 'ㄷ·ㄺ'이고, 그 전에는 'ㄷ·ㄹ' 또는 'ㄷ·ㄱ'이었다. 지금 말로 풀어쓰면 '달' 이나 '닥' 또는 '독'이다. 제주도 말에 달걀을 독새끼라고 말하는 것이 그 말의 잔재이다.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서 닭을 키웠다. 닭이 울면 쫓아가서 금방 낳은 달걀을 들고 나왔는데, 닭의 온기가 남아 있어서 따..

설피 / 눈밭에서 신는 덧신

설피(雪皮) 눈밭에서 신는 덧신 설피(雪皮)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 눈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신고 다니는 덧신이다. 묵은 눈 위에 또 눈이 가득 쌓인 대간길에서 설피를 신고 걸은 적이 있었다. 닭목재에서 평창과 강릉 사이에 있는 고루포기산(1283.3m)에 가는데 설피를 신고 걸었다. 설피를 신고 눈을 밟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넓은 눈밭에서는 그만이다. 단내 나도록 걷는 눈길에서는 그래도 힘을 절약할 수가 있다. 설피는 여름철에 칡이나 다래덩굴로 만드는데, 이젠 쇠나 스텐으로 만든 아이젠이 대신하고 있다. 요즘 체인아이젠이 과거의 설피이다. 아이젠은 바닥에 눈이 떡이 되도록 붙어 눈이 많은 곳에서는 엉기기에 털면서 가야 하는데, 설피를 신으면 엉겨 붙는 것이 덜하여 도움이 된다. 체인아이젠도 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