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세월 속으로 56

시나브로 버너 / 캠핑 스토브

시나브로 버너 캠핑 스토브 등산용으로 쓰는 스토브(Stove)는 캠핑 스토브(Camping Stove)를 줄인 말이다. 흔히 버너(Burner)라 부르는데, 버너는 연소기를 의미하기 때문에 용어를 들여오면서 잘못 정한 말이다. 이제는 이 말이 고착화되었다. 버너란 말이 더 익숙하고 스토브라 하면 집이나 실내에서 쓰는 난로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여기서도 등산용 스토브는 주로 쓰는 용어인 버너로 쓰려고 한다. 캠핑용 버너는 1855년 독일 화학자 분젠이 분젠 버너를 발명한 것이 시초이다. 석유를 원료로 하였다. 내가 구입한 시나브로 버너(모델명 340)도 석유용인데 40년이 되었다. 남대문시장 등산용품점에서 구입하여서 오랫동안 썼는데, 녹이 슬어서 지금은 진열장에 있는 장식품이 되었다. 물건도 세월을 비..

부채 / 몹시 더운 여름에 친한 벗이 네로다

부채 몹시 더운 여름에 친한 벗이 네로다 좋아하는 옛시를 생각날 때마다 썼던 부채다. 부채의 팔덕 중 하나인 비를 가리려다 얼룩이 묻었다 부채는 '부치다'의 어간 '붗'에 잡음막대를 뜻하는 '채'가 붙은 말로 바람을 부치는 도구다. 옛 혼례식 때 신랑신부 얼굴을 가리거나 외출 때 얼굴을 가리는데 쓰고, 판소리를 하면서 손에 들고 박자를 맞추거나 시선을 모으고, 무당이 굿하는데 들고 춤을 추는데 쓰는 등 용도가 많았다. 예전에는 신분에 따라 부채는 종류가 달랐고 용도도 달랐다. 양반은 말을 타고 가면서 상민이나 천민이 읍을 하지 않도록 부채로 얼굴을 가렸으니, 양반의 부채는 그런 용도였다. 부채는 하사품이기도 했지만 뇌물 용도로도 쓴 일이 있었다. 민요에 첩을 팔아 부채를 산다고 한 것은 그런 일 때문이었..

돋보기 / 돋보기 사용법

돋보기 돋보기 사용법 초등학교 때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면 얇은 종이가 연기를 내며 구멍이 났고, 돋보기로 친구의 눈을 보면 눈이 정말 왕방울만 하였다. 요즈음에는 책에 있는 깨알만한 한자를 공책에 옮겨 적느라 돋보기를 사용한다. 세월이 흘러가면 돋보기의 사용법이 달라지지만, 마음을 넓게 쓰면 세상의 모든 것을 크고 넉넉하게 볼 수 있고, 스스로는 알지 못하는 것을 찾아서 남을 돋보이게 하는 돋보기도 있다.

잉크와 펜 / 문방의 벗

잉크와 펜 문방의 벗 나는 펜글씨로 읽은 책을 요약 정리하고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내가 하던 방식이다. 질 좋은 잉크나 노트나 펜을 사려고 다리 품을 팔아 멀리 다니기도 한다. 품질이 점점 신통찮아지고 있다. 아직도 펜으로 쓰는 사람이 있다면서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펜으로 잉크를 찍어 쓰는 일은 팔도 안 아프고, 쓴 내용을 보관하기도 좋아서 그렇게 한다. 펜은 라틴어 penna에서 왔는데 깃털이란 뜻이다. 처음 펜글씨를 쓴 사람은 거위 깃털을 가지고 글씨를 썼다. 그것이 뼈와 쇠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펜은 특수강으로 찍어서, 고온으로 가열하고, 담금질을 하고 연마한 다음, 2 등분하여 쪼개고, 다시 끝을 연마한 후 도금하여 상품으로 내놓는다. 세월이 가면 품질이 좋아야 하는데, 괜찮은 것도 ..

보자기 / 어머니의 밥상보

보자기어머니의 밥상보      보자기는 '보' 또는 '보자'라고도 불렀다. 보(褓)는 포대기를 뜻하는데, 그 기능은 물건을 싸거나 감추는 것이다. 싸거나 감추는 것은 보관하거나 이동을 간편히 하기 위해서다. 보자기를 싸면 다시 펼쳐야 하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싸는 것이 우선이다. 보자기는 밥상보, 이불보, 옷 가리개, 책상보, 책보 등 여러모로 썼다. 어릴 때 보자기에 관한 처음 기억은 아버지 도시락 배달이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점심 때면 교편을 잡고 계셨던 아버지 학교로 도시락 배달을 하였다. 초등학교에 들기 전 나이로는 다소 먼 거리 심부름이었다. 어머니는 시간에 맞추어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서 심부름을 보냈다. 사전에 이웃에 사는 어머니와 신호를 맞추어 골목길에서 친구와 만나서 가도록 하였다..

장작 / 겨울나기 비축품

장작 겨울나기 비축품 다산이 쓴 글에 거처를 정하는 이치를 논한 것이 있다. 먼저 물과 땔거리를 살펴야 한다고 했다. 그다음이 오곡이고, 그다음이 풍속이고 산천의 빼어남이었다. 먹을 물과 땔감이 멀리 있으면 사람의 힘이 빠진다고 했다. 농부들은 농사가 끝나면 나무를 하여 겨울준비를 하였다. 온 식구가 나무를 하였는데 성인이 되면 지게를 지고 산으로 들어가서 통나무를 구하였다. 그 나무를 패서 장작을 마련하였다. 장작은 겨울나기의 비축품이었다.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연탄도 때고 나무도 같이 땠다. 장날이 되면 촌에서 솔갈비나 장작을 한 지게 싣고 장꾼들이 죽 늘어섰다. 어머니가 장에 다녀오시며 장작을 한 두 지게 지어 오게 하여 뒷처마 밑에 쌓아 겨울 준비를 하였다. 장날만 되면 학교 담 밑에는 지게에서..

다듬잇돌과 방망이 / 빨래도 다듬고, 맺힌 감정도 풀고

다듬잇돌과 방망이 빨래도 다듬고, 맺힌 감정도 풀고 다듬이질은 풀 먹인 빨래를 맵시 있게 만드는 일이다. 다듬잇감을 보에 싸서 다듬잇돌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드리면 옷감이 골고루 펴지고 다림질한 것 같이 매끈해진다. 다듬이 방망이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 흥도 절로 난다. 섬마을 선생님도 부르고 동백아가씨도 부르고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예전에도 시에미 마빡 뚝딱 / 시누이 마빡 뚝딱 ‥ 다듬이질을 하면서 시집살이 힘든 일을 노래로 풀었다. 그래서 시집간 딸을 처음 찾아가는 친정아버지는 다듬잇돌을 가지고 간다 하였다. 빨래 귀퉁이를 잘못 치면 구멍이 나서 조심해야 하지만 두드리는 맛이 괜찮다. 일을 하면 힘들어도 두드리면 풀린다. 그래서 다듬이질은 맺힌 감정을 푸는 방법이기도 했다. 다듬잇돌을 깨..

장독대 / 맛단지를 모아둔 곳

장독대 맛단지를 모아둔 곳 인류가 불을 이용하여 만든 그릇은 찰흙을 구워 만든 토기류가 그 시작이었다. 토기에 잿물을 입혀 옹기를 만들었고, 이어서 청자와 백자 등 도자기를 만들었다. 옹기나 도자기류는 흙의 질감이 살아있고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이 살아 있어서 정감이 가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독이 아가리가 넓고 깊은 큰 그릇이라면, 항아리나 단지는 아가리가 좁고 독 보다 얕고 좀 작다. 동이는 물을 이고 다니는 것이고, 소래기는 손잡이가 없는 평평한 장독뚜껑이고, 자배기는 소래기 같이 생겼으나 깊이가 좀 더 깊어 김치를 버무리는 용도로 사용한다. 장독대는 바닥 보다 높이를 조금 높게 쌓아 독과 항아리를 보호하고 있다. 큰독은 안쪽에 자리잡아 간장을 담고, 중간엔 중들이를 놓아 된장을..

공동우물 / 동네 사람과 소문이 모이는 곳

공동우물 동네 사람과 소문이 모이는 곳 옛날 옛날에는 사람들이 물을 먹고 싶었을 때는 하천이나 샘에서 물을 구했다. 그때는 그곳이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었다. 그 뒤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고 나서 모이는 장소가 확대되었다. 물(水)을 같이(同) 먹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 동네(洞)이다. 학교 다닐 때 경북 월성 사는 친구 집에 놀러 갔었는데 그 친구가 동해 바다를 가리키며 이곳이 미국사람들과 같이 쓰는 물이라 하여 한바탕 웃은 일이 있었다. 어릴 때 집 앞에 공동우물이 있었다. 수도가 없었기에 학교 갔다 오면 언덕을 내려가서 공동수도에서 물통으로 물을 길러 정지(부엌)에 있는 두멍(독)에 물을 채웠다. 우물물은 방마루 청소를 하고 마당에 물을 뿌리고 마당을 쓸었다. 날이 가물면 밭에 물을 퍼붓는 용도로도 ..

굴뚝 / 아궁이에서 하늘로 가는 통로

굴뚝 아궁이에서 하늘로 가는 통로 굴뚝은 굴+독이 합하여 뒤에 굴뚝으로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굴뚝은 아궁이에서 생긴 연기가 밖으로 나가는 통로이다. 아궁이는 조왕신이 드나드는 곳이요 굴뚝은 하늘나라로 연결되는 길인 것이다. 사람들은 굴뚝이 막히기 전까지는 굴뚝 수리를 잘하지 않았다. 연기가 잘 빠지게 하기 위해 굴뚝을 높이 세웠는데, 굴뚝이 막히면 징을 치면서 '뚫어'라고 소리치며 굴뚝을 청소하러 다니는 사람에게 맡겨서 얇고도 긴 대나무로 꺼멍을 긁어내기도 하였다. 어린아이들 말대로 산타클로스가 굴뚝으로 들어온다는데 옷을 더럽히지 않게 청소를 해두어야 했다. 쇠솥에 군불을 때며 굴뚝으로 모락모락 올라가는 연기는 정겹기만 하다. 옹기 굴뚝, 나무 굴뚝, 함석 굴뚝, 기와와 흙으로 쌓아 올린 굴뚝은 정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