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솔 30년이나 얼굴을 비벼 보통 남자는 머리카락을 땋지 않으면 깎는다. 남자들이 그렇게 머리를 깎기 시작한 것이 1895년 단발령을 내린 이후부터다. 그러니 한국의 남자가 머리를 깎은 것은 120년이 넘었다. 머리를 깎고 난 뒤 면도를 한다. 이발(理髮)이 머리털을 다듬고 자르는 것이라면, 면도(面刀)는 얼굴에 난 털을 칼로 밀어서 없애는 일이다. 털이 유난히 많은 나에게 면도는 큰 공사다. 이발소에서 면도를 할 때, 뜨거운 물에 수건을 넣었다가 꺼내서 짜고, 훌훌 털어서 열기를 대강 없애고 얼굴에 덮는다. 그러면 털을 부드럽게 자를 수 있다. 코는 내놓는다고는 하지만 뜨겁고도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면도를 하고 난 뒤 얼굴은 화끈거리고 쓰리다. 그래서 뜨겁게 하지 말아 달라고 미리 부탁은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