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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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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공탄 / 애환의 땔감

향곡[鄕谷] 2008. 1. 11. 17:46

 

 

 

 

구공탄

애환의 땔감

 

 

 어릴 때 학교 다녀오면 해야 했던 일이 두멍(물독)에 물 길러 나르기, 방마루 청소와 마당 쓸기, 낙엽이 지면 가마니에 낙엽을 모으는 일이었다. 저녁때 연탄불을 가는 몫은 어머니가 대부분 하셨지만, 어떤 때는 어머니가 지시를 하거나 외출하실 때는 우리 몫이었다.

 

구공탄은 구멍이 아홉 개라서 구공탄이 아니고, 구멍은 19개였는데,십 구공탄이라 하니 어감이 좋지 않아 줄여서 구공탄이라 했다는 얘기이다. 그 뒤 구멍이 21개 25개 연탄이 생겼을 때는 '이십일 공탄' '이십오 공탄'이라 부른 것을 보면 어감이 나빠 줄였다는 얘기가 맞는 것 같다. 구멍이 더 많은 연탄도 구공탄이라 불렀으니 구공탄은 구멍 뚫린 연탄의 통칭이 되었다.

 

연탄을 갈 때는 어느 정도 불기가 살아 있어야 새로 간 연탄이 불을 붙일 수 있으므로 수시로 연탄 뚜껑을 열고 점검하며 그 시기를 가늠해야만 한다. 우리 방은 연탄 아궁이가 바깥에 있어서 마루 밑으로 고개를 들여밀고  숨을 잠시 멈추고 가스와 불기가 올라오는 연탄구멍에 얼굴을 들이밀고 정조준 하여 작업을 해야 하는 고약스러운 구조이다. 집게를 잡은 손에 힘을 모으고 연탄을 들어내면 한꺼번에 딸려 나온 연탄을 부삽이나 칼로 잘라 하얀 재가 되어버린 밑에 연탄을 분리하면 1차 작업이 끝난다. 다시 위에 있던 연탄을 먼저 집어넣고 새 연탄을 구멍에 잘 맞추어야 할 때에도 연탄가스를 맡지 않으려면 다시 숨을 멈추고 정조준을 잘해야 한다.

 

타고 난 연탄을 모아 버리는 일도 일이지만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물 길어 먹는 일과 연탄 배달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겨울에 연탄을 주문하면 시내 배달도 바쁘다며 배달을 거절당하기 일수다. 한여름에 미리 배달을 부탁해냐 하는데 연탄값으로 10%는 더 얹혀주어야 했다. 어떤 때는 여름에 준비를 못하고 한창 바쁜 철에 언덕 밑에 연탄을 배달시켜 놓고 온 식구가 양동이에 담아 수백 장 나르고 나면 기진맥진하고 만다. 

 

최근 기름값이 올라 연탄 때는 가구가 늘어 정부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예산이 한계에 달하자 현재 400원 하는 연탄값을 20% 올릴 수 밖에 없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결혼하고서도 오랫동안 연탄을 때는 아파트에서 구공탄과 애환을 같이 해오던 터라 문득 그 때 일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