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만에 다시 선 교정
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 / 2008.6.15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41년만에 처음으로 모교 총동창회 체육대회가 있었다. 학업의 전당, 영원히 꺼지지 않는 배움터에서 청운의 꿈을 키웠던 추억의 교정이었다. 그 때는 엄청 넓어 보이던 운동장이 지금은 어찌 이리 좁게 보이는지 만국기를 달면서 그 때 그 시절을 생각하였다.
학창 때는 100m 달리기,수판 놓고 달리기, 장애물 달리기를 하고 나면 손바닥에 찍어준 손도장을 가지고 가서 공책 몇 권씩 받을 땐 어찌 그리 신이 났던지. 기마전, 콩주머니로 바구니터뜨리기, 청백 계주 때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고 집에 오면 목이 쉬어 다음 날 책을 읽을 수 없었다.
운동회날에는 오랜만에 멸치와 달걀이 든 김밥과 삶은 달걀을 어머니가 챙겨주셨고, 운이 좋은 날엔 사이다도 먹을 수 있었다. 학교 앞에서 파던 솜사탕이나 세모비닐 안에 든 오렌지쥬스,설탕을 연탄불에 녹여 희미하게 찍어낸 조각을 맞추던 것도 있었고, 아이스케익,번데기 파는 소리로 운동회날 교문 앞이 왁자지껄 했었는데, 이젠 그 때의 그 추억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후배들이 찾아다니며 깍듯이 인사를 하고, 풍물패가 풍악을 울리고, 학교발전기금 파전에 막걸리까지 있으니 흥겨운 노래와 춤이 없을 수 있겠는가.
학창시절과 같이 몸이 말을 듣지는 않았지만, 그저 어둔한 몸 놀림이 재미있고 실수가 재미있고, 이기면 좋고 져도 안타까울 뿐 모두가 즐겁게 어울리며 박수를 보냈다. 옛 추억을 생각하며 어울리며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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