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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세상 이야기

산소 가는 길 2

향곡[鄕谷] 2008. 9. 11. 17:26



산소 가는 길 2

 



자욱한 안개 사이로 경운기 소리가 털털 거린다. 장날이다.

새벽에 일어나 숫돌에 슥삭슥삭 낫을 갈았다.

이젠 철물점에서 구하기가 어려운 숫돌이다.

연장기를 갖추고 막걸리를 받아 온 식구가 아버지 산소로 갔다.

 

들꽃이 아름답게 핀 산 밑 탕건바위를 지나면 목베이고개.

장날 산적들이 소장수 목을 베고 소 판 돈을 털어 갔다는 고개다.

아버지가 학교 다니실 때 늑대가 키를 넘어 다니기도 했던 고개이기도 하다. 

어릴 제 할아버지 돌아가신 깜깜한 밤 고개 지날 때 머리카락이 쭈삣하였다.

아버지가 늘 다니시던 고개 가까이에 지금은 아버지가 잠들고 계신다.

 

벌초를 마치고 아버지께 보고를 드렸다.

아버지, 할머니 산소 벌초도 마쳤는데 찻길이 옆에 넓게 나서 심심하지 않겠어요.

그러는 바람에 할머니 산소 옆에 있던 물길도 바뀌어 산소가 뽀송해졌어요.

그리고 아버지, 마을에 있던 아버지 모셨던 상여를 고물장수가 훔쳐갔다네요.

                                                                          (200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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