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를 캐며
밭농사 지을 사람이 없다고 올해는 어머니가 직접 농사를 지으셨다.
칠십여리 떨어진 아버지 산소 앞 밭농사를 지으려고 먼 길을 다니셨으니
사실 교통비로 농산물을 사 먹었다면 더 싸게 먹힐 일이었다.
그래도 밭을 놀릴 수 없다는 것이 어머니가 농사를 지은 이유였다.
속이 여물기엔 좀 이른 철이었지만 벌초하러 온 김에 고구마를 캤다.
첫서리 내리기 전까지 캐면 되지만 자식들을 주려고 한 일이었다.
줄기 끄트머리를 삐죽이 남겨놓은 채 낫으로 덩굴을 걷어내고
뿌리를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파내려가면 고구마가 숨어있다.
고구마가 혈관을 젊게하고, 혈압을 낮게 하고, 암을 억제하며,
일본 장수촌 가고시마의 장수 식품이 고구마 라는 등
건강식품으로 방송을 탄 후 더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고구마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군고구마 익는 냄새에 몸속까지 따뜻하였고,
군고구마 따끈한 봉지에 마음 푸근한 퇴근 길이었다.
(200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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