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초원 풍력발전기가 길벗
진고개-대관령 / 평창군 도암면 (2008.8.9)
진고개(970)-노인봉(1338)-소황병산(1328)-매봉(1173)-동해전망대(1140)-
곤신봉(1127)-선자령(1157)-국사성황당-대관령(840) (8시간)
전날 35도가 넘는 폭염이 전국을 헐떡이게 하였다. 새벽 4시 진고개는 아직도
깜깜하고 밤하늘엔 별이 가득하다. 별똥 하나가 길게 선을 그리며 산 너머로
달아났다. 풀벌레가 모두 잠들고, 손전등에 비친 산꼬리풀이 더욱 파랗다.
노인봉에 올라가서야 동녘 하늘이 차츰 붉어졌다. 멧돼지가 들쑤셔 놓은 황병산
가는 산길이 밝아지니 땀이 차고 목이 마르기 시작하였다. 소황병산에서 매봉까지
숲길을 지나면 대관령까지는 대초원이다. 한겨울에 눈을 즐기러 많이 오는 곳인데,
눈바람 휘몰아치면 몸을 숨길 데가 없듯이, 뙤약볕을 서너시간 걸어가야만 하는 길
이다. 백두대간 등뼈에 이렇게 높낮이가 적은 곳도 없는데, 몸을 낮추어도 툭 튀어
나온 등뼈에 숨을 곳이 없다.
평균 고도 1200여 미터 능마루길엔 30층 높이 풍력발전기가 우뚝 서서 돌아가며
뙤약볕 산길에 길벗을 하고 있다.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는 선자령에 풍력발전기를
구경하러 관광버스로 올라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햇볕이 따갑다 하여도 도시의
후덥찌근한 날씨와는 격이 다르다. 지나가는 구름이 있고 이따끔 불어주는 바람이
있어 산꾼을 돕는다.
하산 길 끄트머리에 전통있는 강릉단오제와 연관이 있는 국사성황당에 들렀다.
일 마친 분들이 차 한잔 하고 가란다. 한여름 산꾼에게 베푸는 그 곳 인정이다.
하산하여 뙤약볕에 서서 하산주 한 잔 들이키니 아! 그것 마저 시원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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