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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겨우살이 / 다른 나무에 붙어 사는 기생나무

향곡[鄕谷] 2009. 3. 10. 21:41

 

겨우살이

다른 나무에 붙어사는 기생나무

 

과명 : 겨우살이과

분포 : 황해도 이남

개화 2~3월, 결실 가을

용도 : 약용

 

 

아버지가 위중한 병을 앓아 힘드시게 보낼 때 겨우살이가 좋다는 얘기를 듣고 구해 드렸다. 그러나 효과도 없이 몇 달을 더 사시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산에 가서 겨우살이를 보면 늘 그 생각이 난다. 겨우살이는 참나무나 버드나무 등 활엽수에 얹혀 기생하며 사는 늘 푸른 나무다. 겨울에 깊은 산에 가면 마른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싱싱하게 살아서 푸르게 보이는 것이 '겨우살이'이다. 마치 나뭇가지끝에 새집을 지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겨울에도 푸르다고 하여 동청(凍靑)이란 어쭙잖은 이름을 얻었다. 다른 나무와 경쟁하느라 혼자 살기도 어려운데, 그냥 올라타고 앉아 그 나무의 양분을 빨아먹고 사니 정말 얌체나무다. 그러니 겨우살이가 붙어있는 나무는 자라기도 어렵거니와 몸이 말라 목재로써 가치도 잃고 병충해약해질 수밖에 없다.

 

겨우살이는 다른 나무에 뿌리를 박고 살면서 본격적으로 줄기를 만들기 시작하는데, 빨아들인 영양분으로 잎은 통통하고 먹음직한 열매도 만든다. 새가 그 열매를 먹고 배설하면 끈적거려 나무에 빨판처럼 척 달라붙어 나무껍질을 뚫고 뿌리를 내려 다음 세대를 또 이어간다. 열매가 잎을 틔울 때까지는 5년이 걸린다는데 사는 게 끈질겨서 겨우살이가 많은 곳에 겨우살이가 또 생길 수밖에 없다. 남의 가지에 붙어 영양분을 빨아먹고도 가지 끝에 앉아 일렁일렁 온 세상 구경을 다한다. 나무 세상도 사람 세상과 다를 바가 없어서 이렇게 얌체족속이 있다. 그렇지만 사람에게 붙잡혀서 귀한 약재로 지은 죗값을 대신하고 있다. 

 

 

 

 

 

    겨우살이 / 마대산(강원도 영월) / 2009.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