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구별하기
개미취, 벌개미취 / 쑥부쟁이 / 구절초 / 산국 /감국
가을에 들에 나서면 코스모스요, 산에 들면 들국화가 한창이다. 시인 안도현이 '무식한 놈,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 못하는 너하고 이 길을 여태 걸어왔다니 ‥ 하는 글이 있다. 그렇게 보면 무식한 놈이 참 많다. 나도 그러하다. 산에 핀 국화는 모두 들국화로 알았더니 국화도 종이 무척 많아서 구절초 감국 울릉국화 산국 개미취 쑥부쟁이 등 수십 종이 있다. 들국화란 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데 통칭 그렇게 부르고 있다. 들에 핀 국화 몇 종류만 구별할 줄 알면 가을 산에 꽃은 왠만큼 구별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개미취
'개미'는 뿌리 모양이 개미를 닮아서 붙인 것이고, '취'는 먹는 나물이란 뜻으로 추정한다. 꽃은 연보라색이고, 잎은 어긋나게 달리고 난형 또는 타원형이며 끝은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위쪽으로 갈수록 잎은 작아지고 잎자루는 짧아지며 톱니는 무뎌진다. 쑥부쟁이에 비해 잎과 꽃이 크고 전체적으로 대형인 점이 다르다.
● 벌개미취
벌개미취에서 '벌'은 들판을 뜻하고, '개미'는 뿌리 모양이 개미를 닮아서 붙인 것이고, '취'는 먹는 나물이란 뜻으로 추정하니, 사는 곳과 생긴 모양과 쓰임새를 모아서 지은 이름이다. 꽃은 연한 자주색이고, 잎은 뾰족하며 둘레에 잔톱니가 흔적만 내었다. 쑥부쟁이와 여러모로 비슷한데 꽃은 붙어서 총총하고 윤기가 있으며, 잎은 상대적으로 길고 가늘며 윗부분에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편이다. 개미취에 비해 전체에 털이 거의 없고 두상화는 좀 더 크다.
벌개미취 / 서울 성곽 (서울 중구 장충동) 2008.8.16.
● 쑥부쟁이
자주색 꽃이 무더기로 피며 벌개미취 보다 꽃이 작고 가늘다. 잎은 벌개미취와 비슷하나 윤이 나고 가장자리는 선명한 긁은 톱니가 있다. 줄기는 매끈하고 털이 있다. 벌개미취와 마찬가지로 어린잎은 무쳐서 먹는다. 쑥부쟁이는 '쑥'과 '부쟁이'의 합성어인데, 잎과 줄기가 쑥처럼 생겼고, 부지깽이처럼 긴 막대기 모양으로 자란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쑥부쟁이는 '쑥을 캐는 불쟁이의 딸'에서 온 말이라는데 불쟁이는 대장장이고 불쟁이가 부쟁이가 되었다는 얘기도 전한다.
● 구절초
구절초(九節草)는 꽃이 순백에 가깝고 넓고 크다. 약 이름으로 쓰던 것을 그대로 부르게 된 것이다. 약으로 쓰려면 가을에 채 꽃이 피기 전에 말려 쓰는데, 5월 단오가 되면 마디가 다섯이 되고, 음력 9.9 중양절이 되면 마디가 아홉 즉 구절이 되며, 이때 잘라 쓴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잎은 벌개미취와 쑥부쟁이가 뾰족한데 비해 구절초는 쑥 잎에 가까워서 구별이 쉬운 편이다. 분포는 쑥부쟁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일본 중국 시베리아에서 자란다.
구절초 / 길마봉 (경기도 포천) 2007.9.22.
● 산국(山菊)
산국은 한자명 山菊에서 유래한 것으로, 산에서 자라는 국화란 뜻에서 붙인 이름이다. 꽃송이가 노란색인데 색도 짙고 향도 푸짐하다. 국화차는 몸을 가볍게 하고 향이 그윽하여 국화향에 맺힌 이슬을 마시고 수백 년 살았다는 신선들 얘기가 있다. 중국에서는 9월 9일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신다는 풍습이 있다는데 모두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명절 풍습이다. 산국은 잎, 줄기, 뿌리, 씨앗 등 버릴 것 없이 약효가 아주 많아 가히 신선의 꽃이라 할 수 있다.
● 감국(甘菊)
감국은 한자명 감국(甘菊)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약재나 먹을거리로 이용할 때 맛이 달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대개 바닷가 주변 양지바른 곳에서 자란다. 산국(지름 2㎝ 이하)에 비해 두상화가 크다(지름 2㎝ 이상). 작은 감 크기라고 생각하면 기억하기 쉽다. 산방꽃차례를 이루며 꽃의 향기가 연하고 잎이 두꺼운 점이 산국과 다르다. 감국은 달고 산국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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